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님은 힘이 빠진 건지 내 등 뒤에 업힌 채 축 늘어져있다.
그럴 만도 하다. 비를 그렇게 맞았으니.
여기서는 누님이 물에 약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직 없겠지.
그렇기에 몇 배는 힘들테고.
그러니 나라도 참아야지 어쩌겠어.
그렇게 업고서 집으로 향하는 길, 누님이 잠꼬대인지
아니면 조금 깬건지 뒤척였다.

"소고..... 오늘 생일인데......."

다시 얌전해진 뒤, 내 어깨어 얼굴을 묻고서 중얼거린다.
아아, 그러고보니. 오늘 내 생일이었지.
어쩐지 터미널에서 누님이 상가를 기웃거리더라니.
만약 과거에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누님하고.....

"그게 누구죠?" -소고

뭐, 이쪽의 누님도 누님이니 상관없나.
그나저나 이쪽의 누님도 내 생일을 기억해주셨구나.
그건 조금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당시의 나는
미츠바 누님이 새로 온 (-) 누님에게 신경쓰는게 싫어서
틱틱거리고.... 말도 안 듣..... 크흠.

"미츠바의 동생....... 그리고 내게도 소중한......"

졸음이 쏟아지는 탓인지 말을 끝까지 잇질 못했다.
하지만 소중하다는 말만큼은, 똑똑히 들었으니까.
내 그런 태도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미츠바누님하고 당신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아이인가요?" -소고

"가끔 버릇없기도 하고... 제멋대로이기도 하지만
착하고 강한 녀석......"

처음 부분 듣고서 순간 내려놓을 뻔했네요.
그나저나, 다시 어린 아이가 되고 싶을 만큼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미츠바누님도. 당신도. 내 곁에 언제나 있어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가 아니면 현재의 당신을 좋아했을리가 없겠죠.
그러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아까도 그 녀석 찾으려다가 널 발견했다면서
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지금쯤 과거의 나는, 뭘 하고 있으려나.

"오늘 생일인데, 누나도 아프고 챙겨줄 사람도 적고...."

그렇게 누님이 중얼거리는 동안에,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미츠바 누님은 이미 주무시는 듯 하다.
걱정하시다가 잠드셨겠지.

"그래서 나라도 챙겨주고 싶은데.... 어딜 간거야....."

여기 있지만, 여기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기쁜 마음은 여전하니까요.
어느새 완전히 잠들어버린 누님을 업고서 방으로 향하자,
마루에 기대어 서있는 한 사람.
그 눈매도, 시선도, 그리고 그 목소리마저.

"이제 오는거냐." -히지카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먼저 들어가겠다. 말해두지만, 내일이면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히지카타

"아아, 걱정마세요." -소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고, 그는 어딘가로 가버렸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해도, 알아서 사라져줄테니." -소고

내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 갈길을 가는 그를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꺼내 깔고 누님을 눕혀드렸다.
비에 젖은 옷도, 머리카락도. 전부 이미 마른지 오래.
하지만 혹시나 감기가 걸릴지도 모르니.....

"한여름밤의 꿈이였네요." -소고

나는 누님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춥지 않도록 품에 안은 뒤에 귓가에 속삭였다.

"꿈에서 깼을땐 동생이 아니라 남자인 내가 당신을 만나러가겠습니다." -소고

당신이 듣던, 듣지 못했던 간에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보던 간에 상관없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미소지어주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문을 열면, 지긋지긋한 환영이 보일만큼
더 이상 지나가버린 것들을 붙잡지도 않겠습니다.
설령 당신이 내게 검을 겨눈다고 해도, 당신의 바람대로
최선을 다해 싸울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과거의 당신을 만나서. 이곳에 와서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 대한 마음이, 더욱 확고해졌으니까.

"잘 자요, (-)." -소고

이번에는 확실히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뒤에
그녀를 안고서 눈을 감았다.


이 꿈에서 깼을 때에는.


다시, 당신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생일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하죠.


(-), 당신과 함께.

입을 다문채 옅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