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잠시만요!"

나는 사람들을 물러서게 하고서 신스케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레 살짝 일으켜 내 무릎에 고개를 뉘였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조심하라고 했건만, 이 바보가.

"상처가........"

다행히 목숨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오른쪽 옆구리를 베였어. 피의 색이 조금 이상하다.
어쩌면 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초조해졌다.
피부색도 창백하고.... 반사이는 온다고 했으면서.....

"신스케.... 신스케에......."

뒤집어 쓴 코트마저 젖어들었고 조금씩 몸에도 빗물이 묻어났다.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심장 박동이 빨라져간다.
우선 염치없지만 아까 집에.......

"어.......?"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져있었다.
겁 먹기도, 그리고 조금은 화난 시선.
그들의 시선은 우리 둘에게 꽂혀있었고 이내 나이가
조금 많아보이는 한 남자 천인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보게 아가씨, 그러지 말게." -천인

나를 말리는 듯한 말에 나는 그들을 스윽 보았다.
왜? 아무리 그래도, 환자잖아.
해를 끼칠 것도 아니고 단지 쓰러져있는 것 뿐이잖아.

"지구인을 도와서 어쩌자는건가.
아가씨도 지구인에게 박해나 차별을 받았을 것 아닌가." -천인

그 말에 부정은 하지 않는다.
나도 천인이라는 이유로 괴물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지금 당신들이 신스케를 보는 눈과 닮은
시선들을 언제나 버티며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도 함께 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 이렇게 쓰러져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그....그렇지만.....! 읏......."

코트가 완전히 젖어버렸다.
이 코트 물에는 잘 젖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면서 다른 녀석들의 칼에 베여 조금 찢어졌나?
이 이상 여기에서 비를 맞다가는 위험하다. 나도, 그도.

"아가씨, 괜찮은가? 어서 그 녀석은 놔두고 안으로......!" -천인

그 한 마디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이를 갈며 겨우겨우 화를 참았다.

"종족이 무슨 상관이야....."

그대로 신스케의 한 쪽 팔을 내 어깨에 걸쳐 부축한 채
일어선 뒤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입으로 외쳤다.

"친구, 라고!!"

이를 악 물고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버텨가며
신스케를 부축해 그대로 사람들을 지나쳤다.
마을 뒤쪽에는 산이 있다고 들었다.
큰 나무나 비를 피할 곳 정도는 찾을 수 있겠지.
안 된다면 오랜만이라 힘들겠지만 바위를 부숴서
잠시 들어갈 구멍을 만드는 수 밖에.

"신스케, 조금만 버텨!"

오늘 날씨도 뭣같은데.

이게 뭐야.


........최악이야.

일어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