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거대한 함선의 엔진이 평소보다 몇배는 거슬리는
잡음을 내며 어딘가에 착륙해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분명 깼었는데, 깜박하고 잠들어 버렸던 건가.
어느덧 시간은 지구로 따지면 아침.
카구라는 벌써 식사를 하고 온 듯 했다.
내가 늦잠 잔거구나. 하긴, 어제 카무이 전투를 돕느라....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다.......'

나는 자기 침대의 옆을 보았다.
카구라 쪽에 남아있던 온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반대쪽의 숨소리와 온기는, 그대로.

"지구 시각...... 아침 9시.....?"

생각보다 늦게까지 잘 만 잤네.
카무이도 말썽없이 잘 잔 것 같......

".......무거워."

....것 같지는 않네.
카무이가 내 허리를 끌어안은 채 자고있다.
땀도 안 난 걸 보면, 여긴 에어컨 설비가 제대로 되어있나보다.

"카무이, 일어나..... 아침이야......"

"..............." -카무이

뭐야.... 아직도 안 일어나?
이 녀석은 듣자하니 평소에는 시간되면 짜증내긴 해도
일어난다던데, 왜 요즘에만 이러는지 몰라.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더 잘래........." -카무이

"아, 일어나있었구나."

카무이는 나를 더욱 끌어안았고,
내가 고개를 돌려 마주보자 반 밖에 뜨지 않은 그 푸른눈을
휘어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푸스스 웃더니, 뭐라 중얼거린다.

"있잖아, (-)........." -카무이

"응.....? 왜.....?"

카무이는 내 부스스한 머리를 보곤 웃는가 싶더니
어제 처럼 짧게 입을 맞추고서는 다시 푸스스 웃으며
행동과는 다르게 아이같은 미소로,
아이같은 미소와는 다르게 늑대같은 말을 내뱉는다.

"너 먹어도 돼....? 자다깨서 목소리.... 섹시한데....." -카무이

"뭐뭐뭐뭐라는 거야?! 어...얼른 씻고 나갈 준비나 해!!"

"같이...?" -카무이

"얘가 진짜 어디 아픈거야....? 너 혼자 얼른 씻고 나와!"

내가 어디 아픈거냐며 묻자,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앉는다.
내가 일어나려 하자 내 팔을 붙잡으며 그는 말했다.

"그렇지만, 네가 옆에 있으면 편안해져서 자버리게 되는 걸." -카무이

나는 그 말에 부끄러워서 카무이를 욕실에 끌어다가 밀어넣었고,
그대로 나가 다른 욕실에서 씻은 뒤 세탁을 부탁한
원래 내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다음 장소는, 어제의 그 식당.

"자, 할 말들이 있을텐데?"

내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카구라는 입을 삐죽내밀고서
내 눈치를 보다가 이내 말했다.

"오늘은 조용히 먹겠다, 해......" -카구라

"체하는 일은 없게 할테니까." -카무이

"좋아. 식사하자!"

나는 수저를 집어들고서 식사를 시작했다.
긴토키나 신파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오늘 당장은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생일이라는 것은

적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 함께 해야 행복할테니까.

인생이 축제면 생일은 불꽃놀이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