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들어온 뒤 방안에는 잠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카무이와 아부토는 자리에 앉았고,
유녀는 굳어버린 그녀의 팔을 툭툭치며 술상을 내오라 했다.
그녀는 술상과 술을 그들의 앞에 놓고는 다시 그들 앞에 무릎꿇고 앉아
고개를 숙인채 표정이 일그러져갔다.

'어어어어어떡하지? 어쩌지?
나 알아보면 어떡하지?
이거 뭐 오자마자 싸워야하나?
지켜봐야하나? 아...아무튼
누가 나 좀 헬프스 미! 아니, 헬페스였나?
아니면 헬프미?! 아무튼 제발
눈치채지만 않게 해주세요오!! 어라, 작문?'

그녀가 속으로 작문을 짓고 있자 카무이는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보았다.
유녀는 신입이라 그렇다며 말하고는 그녀에게 귓속말로 옆에 앉으라 말했다.

"흐응~ 저기, 이름이 뭐야?" -카무이

"쿠...쿠로라고 불러주세요......"

이 녀석. 진짜 모르는 걸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웃음을 짓고는 카무이에게 술을 따랐다.

"어이, 제독. 술 안마신다며?" -아부토

"글쎄- 오늘만 마셔보고 싶어졌어." -카무이

카무이는 계속해서 웃으며 앉아있었다.
싸우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혹시 저 더듬이가 고장나기라도 한 걸까.
그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근데, 너. 쿠로라고 했던가?" -카무이

"네....."

"흐음........" -카무이

카무이는 턱을 매만지며 그녀를 주시하며 말했다.

"왠지 누구랑 닮은 것 같기도......" -카무이

순간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에 그녀는 오호호하고
아무일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내저어보였다.
카무이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웃으며 술잔을 내밀었다.

"진짜 닮았네- 검은 여자 사무라이씨랑-" -카무이

정곡을 찔린 그녀는 그게 누구냐고 흥청을 떨며
그의 뒤쪽으로가 어깨를 주물렀다.
차라리 그게 더 얼굴을 안보니까 의심을 덜 받으리라 생각한 걸까.
야토라 그런건지 어깨가 꽤나 단단해 그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누구냐고? 글쎄............" -카무이

조금 붉어진 듯한 얼굴. 취기가 약간 돈다.
그녀는 이대로 녀석을 방심하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꾹 참고 비위를 맞춰주었다.

"쉽게 말하자면........
인연? 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표적?" -카무이

"인연......?"

그 순간.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에 분홍색머리를 땋고
하얀피부와 파란 눈동자를 가진 어떤 어린 남자아이가
카무이의 모습에 겹쳐보인 듯 했다.

왠지 모를 그 느낌에, 숨을 죽인다.

익숙함을 느끼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