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스기.........."
순간 그의 표정이 어서오라는 말을 하는 듯 했다.
이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시발점 속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 속으로.
"아아......오랜만이군." -신스케
창가에 옆으로 반쯤 걸터앉은채 밤하늘의 달을 보며
담배연기를 그 달을 향해 내뿜는 그.
신스케는 이내 밖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일그러질 정도로
그를 째려보고있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 동안 잘 지냈나." -신스케
"........너야말로."
그녀는 화가 난 어투로 말하며
저쪽에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있는 히지카타를 힐끔 보았다.
치료도 안한건가. 그녀가 그를 아주 아끼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였기에
왠지 모를 짜증과 화가 솟구쳐올랐다.
"큭큭......아직도 변함없는 것 같군.
그 다섯 중에서, 적어도 우리 둘 만큼은." -신스케
그는 창가에 걸터앉은 채로 겨울 바람을 그대로 맞다가
이내 창가에서 내려와 창문을 닫고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럴지도. 하지만 넌 변한 것 같아.
타카스기 신스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불쾌한 듯 하면서도 허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스케는 그대로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내 쓰러져있는 히지카타를 한 번 힐끔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그렇게 달려오는 걸 보면,
꽤나 사이가 좋아졌나봐? 막부의 개 따위와." -신스케
그 말에 조금 움찔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그녀는 시큰둥하게 피식하고 웃으며 말해보였다.
"글쎄. 적어도 지금의 너 보단?"
신스케는 그 말을 듣고서
담배를 한 모금 더 들이킨 뒤 내뿜고서 그녀를 보며 조금 키득거렸다.
"그런 것 치고는......." -신스케
그리고는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오른손을 곰방대로 가리키며 말했다.
"꽤나 떨고있군. 너 답지 않게." -신스케
그녀는 그의 그 말에 자신의 손이 떨고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본능이 말한다. 위험하다고.
심장을 꿰뚫어 버릴 듯한 그의 녹안이 너무나 섬뜩했다.
그 비웃는 웃음소리도. 전부.
폭발과 이 미쳐버릴 듯한 상황으로 인한 떨림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 저 자가 죽지 않기를 바라나?" -신스케
신스케의 물음에 망설이던 그녀는
마지막으로 폭발에서 자신을 감싸던 히지카타의 모습이
지금 쓰러진 저 모습과 겹쳐서 고개를 숙인 채
얼굴에는 그림자를 드리우고서 말했다.
"........그렇다 해두지."
그래. 그 목소리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린 건지,
신스케는 옆에 있던 부하하나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 부하가 수갑하나를 가져왔다.
신스케는 그녀의 앞까지 걸어와선
고개를 숙인채 서있는 그녀의 손에 그 수갑을 채웠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뒤, 히지카타가 깨어난 건지
조금 뒤척이는 소리와 함께 목멘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큭.....둬......! 하지마 (-)....!" -히지카타
히지카타의 그 말에 신스케는 벌써 이름까지 아는 사이인 줄은 몰랐는데- 라며
비아냥거리고는 그대로 그녀의 가녀린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어 졸랐다.
"큭.........!"
괴로운 건지 그녀는 수갑이 채워져 조금 밖에
움직이지 않는 팔을 들어 두 손으로 그의 그 팔을 잡았다.
눈물이 찔끔 나왔고, 신스케는 재밌다기 보다는 오히려 괴로운 표정이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둬.......!" -히지카타
히지카타가 소리치자
그녀를 향해 뻗는 그의 손을 그대로 반사이가 짓밟았다.
조금 우득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녀는 그 소리에 이를 으득갈며 눈을 감아버렸다.
"가만히 있으시오." -반사이
"끄아아아악!!!" -히지카타
그녀는 목이 졸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괴로움에
한 쪽 눈을 찡그린 채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신스케는 그녀의 목을 움켜쥔 채로
옆의 히지카타의 상처를 걷어차 그대로 기절시켰다.
"어이, 거기 둘." -신스케
그리고는 반사이와 마타코를 불러선 턱으로
쓰러진 히지카타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녀석, 인근 골목이나
신센구미 근처에 버려두고 와." -신스케
반사이와 마타코는 그 명령을 따라
히지카타를 끌고서 나가버렸다.
익숙한 담배 냄새가 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