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신스케

날 한참 지켜보던 그가 나지막히 말했다.
그래. 나도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도와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돕는게 맞겠지. 그런 확신을 가지고서
그는 자신이 믿는 것을 나에게 말했다.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하는건.....
그 녀석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건가?" -신스케

"그게 아니라........!"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내가?
그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다는 말이 된다.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어. 그 빌어먹을 양반들을 끝까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믿어줄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돌아올 수 있어.
그걸 알고있었음에도 왜 놓으려고 했지?
나는 찔끔거리던 눈물마저 멈추고서
고개를 들어 멍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아니라면,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정말 없는 것 같다면, 그 녀석들을 믿어." -신스케

그의 눈은, 자신처럼 괴로워보였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놓지는 않았다.
상처를 모두 안고서, 쓰디쓴 말을 내뱉고있었다.
그는 그렇게 담뱃불을 끄고선 낮고 꽤나 침착해진 어조로 말했다.

"정 못 믿겠다면, 나를. 이 나를 믿어라." -신스케

그리고는 이내 울고있는 나를 안아주는 그다.
그 품안의 온기는, 이 목소리는. 진짜다.
진짜야. 그는 내 앞에 이렇게 존재한다.

"...........실언이다. 잊어라."

그렇게 그는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팔에서 힘을 빼었다.
나는 뻗으려던 손을 멈칫하고선 다시 거둔 뒤
그 손으로 그를 붙잡아 다시 안았다.
그리고는 끝내 다시 울어버렸다.
이를 악 문채, 울음소리를 내지않고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 안에서.

"믿고 싶은데....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믿게 되는 건
어떻게 하라구........"

몇 번이고 불안했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제일 어리석었어.
그도 전부 알고있고, 그 또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같다.
그걸 왜 미처 깨닫지 못하고서 혼자서 어리광을 부린 걸까, 난.

"그럼 날 믿어." -신스케

나를 다시 꽈악 안아오는 그의 팔.
너무나 따뜻해서, 녹아버릴 것만 같은 온기.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은 따뜻한 피가 흐른다는 증거겠지.

"나도 지금 이렇게. 내 눈 앞에 존재하고 있잖나." -신스케

그래. 보인다. 어둡던 그 끝에, 이제는 무언가가 보여.
설령,

"그러니까 설령 네가 나에게 검을 휘두르게 된다고 해도
네가 그랬듯이 나는 널 놓지 않을테니까, 믿어라. 제발." -신스케

설령 이 이야기의 끝은 모두가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그렇다고 해도 기대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머릿속이 어지럽다면, 싸움대신 대련은 어떠냐." -신스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눈물이 그제서야 그쳤다.
아아, 그래. 내 앞에 있는 것은 과거의 날 속이던 네가 아니다.

너는 지금,



내 앞에.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이에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