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분명, 너는 웃었는데 말이지."
벚꽃나무에 기대어 선 채 그저 눈을 감는다.
한숨과 함께 곰방대의 연기를 뱉어낸다.
나무에 기대어 놓은 샤미센 하나.
그 때의. 벚꽃이 흩날리던 그 때의 밤.
내 연주에 불안에 조금 차있던 표정이었던 너는 피식 웃었다.
작게 읊조렸던 고맙다는 그 말.
지금은 그 고맙다는 말의 의미가 너무 엇나가버렸다.
서서히 드리우는 노을.
그리고 그 뒤 서서히 드리우는 어둠.
노을이 어둠에 삼켜가듯, 너도 밤에 삼켜질까 두렵다.
도착한 너의 옆에는 여전히 그 녀석이 있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너의 모습마저 이젠 잡고싶어진다.
이제서야 무언가 눈치챈건지 윽박지르는 바보 사무라이 녀석.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는 반드시 만나러갈테니까-"
만나러가기 전에 내가 널 찾아낼것이다.
그리고 네가 원했듯이 이별에 눈물짓지 않고
그저 너를 보내줄 것이다.
진혼가처럼 울려퍼지는 샤미센의 선율에 너는 옅게 미소지었다.
슬퍼하던 너를 위해 연주했던 곡인데,
이젠 내 슬픔을 달래기 위해 연주하다니. 웃기는 군.
탄식섞인 웃음을 하 하고 짧게 내뱉는 그 순간,
옅은 미소와 눈물을 흘리던 너는 흩어져
완전히 밤에 먹혀버렸다.
떨어지는 눈물에, 샤미센의 현이 살짝 흔들린다.
미세하게 울려퍼지는 소리와 동시에,
너의 시간이, 멈춘다.
"그 때 전부 부쉈다면 좋았을 것을....." -신스케
그리고 나는 또다시 부질없는 후회를 하며.
닿을 수 없는 네 뒤를 쫓아가고 있겠지.
[멈추어버린 시간 속. 그리고 후회.]
[Fin]
이젠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