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죽겠구만........" -긴토키
모든 것이 고요함에 잠긴 전쟁터에,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바람 소리에 섞이는 것은 그의 한숨소리.
그 하얀 옷과 은발을 붉은 피로 적신 채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선,
검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끝인 것 같군." -신스케
신스케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혀를 찼다. 주위에 있는 건 시체 뿐.
그리고 하늘에선 어느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물비린내가 코끝을 간지럽히자 왠지 모르게 더욱 실감이 난 듯했다.
이젠, 끝이라는 것이. 패배가 확실하다는 것이.
"(-)........." -긴토키
긴토키는 한바탕 싸움이 끝나자마자 그녀부터 찾았다.
걱정이 되는 거겠지. 하지만 한 가지. 그녀가 물에 약하다는 것은
긴토키 그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괜찮을 걸세. 후방 쪽은 분명 천인이 별로 없을테니까." -카츠라
카츠라의 말에 긴토키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걱정되는 듯 그녀가 있는 곳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그의 뒤로, 비웃음소리가 옅게 들린 듯 했다.
시체처럼 나뒹굴던,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천인의 웃음소리.
피식하고 마지막 단말마라도 되는 듯 비웃는 녀석.
긴토키를 포함한 모두가 미간을 약간씩 찌뿌렸다.
"사지가 잘리고도 살아있었나." -신스케
"킥........이미 늦었어........."
그 한마디와 함께 그 녀석은 죽어버렸다. 세 명은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까의 상황들을 조합해보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따라 적의 수가 적었다. 마지막 공격에 비해 적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게 마지막이라면 분명 어느 한쪽을 전멸시킬텐데.
"설마.........!!" -신스케
"젠장!!" -긴토키
긴토키는 그 말과 동시에 가장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살을 베어내는 것처럼 따가웠다.
왜.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이쪽의 수가 적었던 것은 착각이 아니다. 그녀가 맡은 뒤쪽은 분명
진영 근처이기도 하고 동시에 식량과 물자가 있는 곳.
'빌어먹을........!' -긴토키
즉, 뿌리채 뽑아 완전히 전쟁을 끝내려했을 것이다.
눈 앞의 적에 급급해 미처 뒤를 보지 못했음을 모두가 후회했다.
빗줄기가 어서 달리라는 듯 더욱 거세져만 갔다.
달리면 달릴 수록 피의 비릿한 냄새가 비의 물비린내에 섞여 전해져오고
귓가에 쇠와 쇠의 마찰음이 가까워져온다. 그리고, 저 멀리.
빗속에 보이는 건.....
"(-)-!!!" -긴토키
검은색과 붉은색의 피를 뒤집어쓴 채 검을 휘두르는, 검은 그림자.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