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순간 싸늘해진 눈에 아무런말도 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그 눈 너머에 있는 '또다른 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있다.
신스케는 그저 입을 다물어버릴 뿐이었다.

"방금 내가 한 이야기를 듣고서 확신한 표정이였잖아."

미칠듯한 침묵만이 이어져갔다.
절벽에서 떨어지던 순간에도.
다시 만나 나를 막은 뒤 떨어지던순간에도.
네가 웃고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을
확신으로 바꾸는 이야기를 들어버렸으니.
뭐라 해야할지 몰라 그저 가만히, 눈을 감으며 곰방대를
입에 무는 그에게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미안해. 이건 용서를 구할게."

왜. 어째서 네가 또 사과하는거냐.
이건 전부 막부의 개 녀석들이 널 두고간 탓이라고
네가 말했잖나. 그들 탓이 아니라 너는 말했지만
제3자가 보면 누가봐도 넌 그저 피해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너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 말한다.
단지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자신이었기에 했을 뿐이라고.
네 몸이 그렇게 부숴져서, 넌 뭘 얻었나?
얻은 것도 없는데. 얻을 것도 없는데.
나는 그저 너 하나면 되는데도 너는, 어째서.

"하지만 나는 네가 아는 (-) 인건 아닐지라도,"

그런 날카로움을 감추고서 너를 상처입히는 말을 하며,

"나는 (-) 야. 나 맞아."

또 다시 내게 웃어보이는가.

"그리고 부탁이 있어."

그렇게 말하는, 떨리는 네 입술을 삼켜 입을 막고싶다.
더 이상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도록.
지금까지 했던 달콤한 정담의 기억만 남도록.
너를 제외하고서 모든 것을 부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네 안에 있어 부술 수 없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
그 분이 남긴 것들 만큼은,
내가 남긴 것들 만큼은,"

어째선지 나오지 않는 내 눈물을 대신하여,
네가 흘리는 그 눈물이.

"부수지 말아줘......."

모레에 보낼 편지를, 꼭 받아달라는 말과 함께
곰방대 연기를 스친다.
이젠 숨마저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