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아악!!"

"(-)!!" -긴토키

눈을 질끈 감음과 동시에 긴토키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긴토키는 짜증스런 표정과 걱정스런 표정을 반반 섞어 짓고있었다.

"큭......그녀석은 놓지?" -긴토키

"싫어. 카구라, 아저씨 힘드셔서
둘은 못 올리시겠단다. 끌어올려라."

"뭐....뭐라고! 긴상은 그런거 아니......!" -긴토키

"알겠다, 해!" -카구라

카구라는 간단하게 그 둘을 끌어올려주었다.
신스케는 머리서부터 피를 둘러쓴 채 쓰러져있다가
이내 몸을 일으켜 앉았고,
긴토키는 그런 그에게서 모두를 멀찌감치 떨어지게 했다.
그녀는 그런 긴토키를 제치고서 그에게 다가가며 상처난 손을 보았다.

"아야야........죽겠네........."

신스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녀를 째려보고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피가 나는 자신의 팔과 상처들을 보며 한숨짓고는
그의 표정을 보고 또다시 한숨지었다.

"살려준 게 그렇게 못마땅해?"

그녀가 비꼬듯 말하자 더욱 일그러지는 얼굴.
그에 비해 그녀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왜 구했냐고, 물을거지?"

신스케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녀는 이젠 안되겠다며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네가 말했잖아. 내가 변하지 않았다고.
그래. 그래서야."

그 말은 너는 내가 변하기를 바랬다는 뜻이겠지.
의미전달이 중간에 잘못 되긴 했지만.
내가 평범하게 살고싶다던 말을,
너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구나. 신스케.
그런 네가, 날 진심으로 죽였을리가 없다. 분명.....
그리고는 이내 다시 씨익 웃어보였다.
순간, 신스케의 표정이 놀람으로 조금 바뀐 듯 했다.

"내가 지키는 것은, 그리고 믿는 것들은
예전부터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너도.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내가 지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 지키는 것의 본질이 변한다 해도.
또다시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가 날 죽일 생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니까.
신스케였다면 단검이 아닌 자신의 검으로
급소를 베어 확실히 죽였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래.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그를 믿어보자.
긴토키가, 나를 믿어주었던 것처럼.
그제서야 신스케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났고,
그런 그를 보던 그녀는 통로를 향해 외쳤다.

"........ 있는거 다 아니까
얼른 너희 대장님 모셔가."

그러자 반사이가 스윽 나오더니 신스케를 부축해 통로쪽으로 향했다.
신스케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큭큭 웃자 그녀가 말했다.

"아까 하던 얘기. 기다려줄게.
네가 하고싶을 때까지."

그래. 이것은 언젠가 긴토키가 그녀에게 했던 말.
그의 기다림 덕에 그녀가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신스케도 그러길 바랬던걸까. 그녀는.

"단. 다음번엔 봐주지 않을거니까
칼날이나 잘 갈아두라고."

"큭....여전히 웃기는 녀석이군. 너는." -신스케

그렇게 신스케는 반사이의 부축을 받으며 통로 너머로 사라졌다.
해결사와 긴토키가 쫓으려 하자 그녀는 됐어. 그냥 냅둬.
라고 말하고선 발목의 통증이 도진건지 그대로 털썩하고
눈위에 드러누워버렸다.

"아무래도 이 배는 철수하는 것 같네요.
긴상, 저희도 어서 신센구미 배를
타고 돌아가죠. 다들 부상도 있고." -신파치

"아아, 그래야지.
가만히 있어라. 골로 간다." -긴토키

"알았..... 끄악!"

긴토키는 드러누워있던 그녀를 안아들었다.
그녀는 아프다며, 살살하라며 난리를 쳤고,
긴토키는 피식 웃고는 아이 둘과 함께 갑판으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신스케의 부상과 배의 기동손실로 철수 하는 듯 했다.

"흐음~ 조금 아쉬운데." -카무이

갑판의 천인들의 시체 더미 속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카무이.
카무이는 갑판 아래로 내려온 긴토키와
나머지 셋을 보고선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조만간 또 보자고. (-), 하얀 사무라이 형씨.
그리고 바보같은 동생 씨." -카무이

"저....! 저.....! 거기서라, 해!!" -카구라

카무이는 웃으며 다른 배로 옮겨타선 가버렸고,
신파치가 카구라를 말리며 모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신센구미들도 배를 갈아타고있었다.

"(-)!! 괜찮나!!" -히지카타

"누님!!" -소고

"(-)!!" -곤도

곤도, 히지카타, 소고가 달려와선 긴토키에게 안겨있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어느샌가 잠들어있었다.

"나 참. 속편한 놈일세." -긴토키

긴토키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어보이고는모두와 함께 배에 옮겨탔다.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아직까지도 내리는 눈이 어째선지 따뜻하다.

그 때의 그 행복하던 어린 날로.
겨울에는 눈밭에서 놀고 봄에는 유채꽃밭에서 뛰놀던
그 행복하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이 지나고나면 또 다른 봄이 찾아오겠지.

아아, 그럼 그 때는 벚꽃이라도 보러가야하려나.

적어도,
이 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긴토키 뿐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 다른 이들도 생각하겠지.

오늘 눈이 와서 다행이라고. 그녀를 옭아매던 사슬이
눈 녹듯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긴토키는 미소지었다.

「이번엔 내가 긴토키를 지켜줄 차례야.」

그 때 그녀가 말하려던 것의 의미를, 어째서 이제서야 안걸까.

하얀 눈위에 피어나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꽃.

또 다시 하얀색으로 뒤덮여가고,
덧없는 목소리의 생명도 하얗게 지워져가는. 그런 날이었다.

".......잘 자. (-)." -긴토키

모든 것이 너무나 하얘서 은색의 아이가 사라질 것 같지만.
그 품 속의 검은 아이와 함께 그 하얀 세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피어난 꽃.

그야말로


하얀 눈위에 피어나는 꽃-


[Main Story : 하얀 눈 위에 피어나는 꽃]
[Fin]


이내 손에서 힘이 빠져 붙잡던 손을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