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워드는 하루사메 재회 직후의 이야기 입니다!]

즈라네에 놀러갔다가 해결사로 돌아가는 길.
요란스럽게 울리는 진동에 전화를 받았다. 수신자를 보니.....

'긴토키?'

"여보세요? 긴토키?"

"너 지금 어디야?" -긴토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카부키쵸까지 온 듯 하다.
저-기 저 멀리 파란 지붕이 보였다. 거의 다 왔네.

"해결사에서 대략 15분거리. 뛰면 3분? 근데 왜?"

"아....그게. 그니까......" -긴토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긴토키가 이럴 때는
그냥 가주는게 좋다는 걸 알기에. 무슨 일 있구나 분명.

"됐어. 그냥 우선 갈게. 기다리고 있어."

"어? 어......" -긴토키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고 또 뛰어서 숨이 차오를 즈음에 해결사가 보였다.
한걸음씩 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 다다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언가 검고 작은 물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으왓! 뭐야, 이건?"

짜증실린 목소리로 눈하나 깜짝않고 그것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내었다.
오자마자 이게 뭔 난리?! 게다가 이거..... 쿠나이?

"미안하다. 실수다." -츠쿠요

이내 사무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딱딱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나는 그 쿠나이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츠쿠요 씨. 백화의 단장이었다. 근데 무슨 일이길래
난데없이 쿠나이가 나한테 날아와.......

"별로. 긴토키, 무슨 일?"

긴토키가 자꾸 우물쭈물거리자 신파치와 카구라,
츠쿠요 씨가 혀를 차며 한심하게 보았다. 신파치가 대신 대답했다.

"의뢰에요." -신파치

"의뢰? 근데 왜?"

긴토키가 심기가 불편한 듯 눈썹을 조금 찡그리자
츠쿠요 씨가 대신 말했다.

"내일 밤 9시쯤에 오시는 중요한 손님이 계시는데,
소문을 들어보니 좀 위험하다는 것 같더군.
보통 유녀는 위험할 것 같아 너희에게 의뢰하러 온거다.
너랑, 이 여자애한테." -츠쿠요

츠쿠요 씨의 말에 의하면 그냥 술접대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조금이나마
요시와라에 해가 되는 짓을 하면 처단해달라는 것.
백화는 남는 사람이 없어 의뢰하는 거란다.
근데 긴토키 표정이 좋지 않다. 왜?
요즘 일 없다고 궁시렁 댔으면서.

"뭐 그정도야....... 내 검이나 카구라 우산을
방문 앞에 세워두면 되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

"안돼에에에엑!!" -긴토키

그 말을 끊은 것은 긴토키가 책상을 내리치며
필사적으로 외치는 목소리였다.
다들 화들짝 놀라서 묻자 긴토키가 패닉이 돼
내 어깨를 잡고서 앞뒤로 마구 흔들며 말했다.

"그런 곳 절대 좋은 거 아니라고?
또 다칠지도 모르잖냐, 어?
게다가 그런 일은 저번 한 번으로 족하거든? 술에도 약하잖냐! 안돼!
이 아빠는 허락 못해요오오오!!" -긴토키

"누가 아빠야, 임마! 이 정도는 괜찮다니깐?!"

어느덧 셋은 제외되고 둘만의 싸움이 시작된 듯 했다.
점점 커져가는 목소리.
마치 외박하고 돌아온 딸을 혼내는 아빠? 라는 느낌이었다.
이 인간은 뻑하면 아빠아니면 오빠 행세야.

"안돼!! 결사 반대!! 아무리 그래도 안된다고?!
긴상 진짜 반대라고?!" -긴토키

"하아?!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점점 심해지자 카구라와 신파치가 우리를 떼어놓았다.
우리는 그제서야 진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츠쿠요씨는 우리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다 말했다.

"걱정마라. 여차하면 방 밖에서 긴토키가 있으면 되니까." -츠쿠요

"당연하지!! 아니, 애초에 이런
의뢰 받는단 말도 안했다고?!"

나는 귀찮으니 알아서 해결해달라며 말하고선 방에서 검의 칼날이나 손질하기나 했다.
긴토키가 나 참....이라며 한숨쉬자 카구라가 말했다.

"긴토키, 그렇게 싫은거냐?" -츠쿠요

"시끄러!! 당연하지!!"

그렇게 시끄러운게 조금 가라앉을 쯤,
나는 날을 다 간 검을 가지고서 나왔다.
그리고는 칼날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걱정마. 정 위험하면 바로 튀어나오던지,
아니면 떡으로 만들던지 할테니까."

"하아......하여간 너란 녀석은......." -긴토키

긴토키는 한숨지으며 알아서 하라는 듯 손을 내저어보였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고는 검을 다시 허리춤에 찼다.

"걱정마. 혹시 무슨 일 생겨도
내가 그정도에 죽을 것 같아?
이래뵈도 싸움 하난 자신있어."

조금 토라진 듯한 긴토키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그 따뜻한 웃음 뒤편에 숨어있는 불안이 희끗 엿보였는지
긴토키는 조금 우물쭈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과 웃음에 왠지 모르게 긴토키 전쟁에서 천인들을 죽이고
미쳐가려할 때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괜찮아.
백야차라는 모습이 너를 아무리
괴롭고 미치게 할지라도,
내가 알고 있는 너의 상냥함과 빛이
널 끝까지 잡아줄 테니까.」


어쩌면 긴토키는, 지금 그 말을 나에게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백야차로써의 너를 받아들이기 위해 흑영인 내가 존재하는거라고,
나는 믿고 있어. 네가 상냥하게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것 처럼.」


그 미소하나만으로 전부 이야기하는 듯 했다.

창문사이로 들어온 겨울바람에 창가에 있던 봄내음을 담은
화분의 노란 유채꽃잎이 흩날렸다.
그 꽃향기에 취해버릴 것같은 나른한 오후다.

의뢰는 봐가면서 받아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