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어쩌지? 싸워야하나?'

그렇게 그녀가 당황하자 카무이는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지더니
그녀의 손목을 세게 붙잡은 채 놓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의 힘이라 해도 야토 중 단연 최강이라 자부하는
하루사메의 제독인 그에게는 어쩔 수 없었는지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알면서 가지고 놀았다 이건가."

"아니지~ 그쪽이 먼저 날 속이려 했잖아?" -카무이

카무이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그녀의 손목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녀는 얼굴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갔고,
옆에 있던 유녀가 일어나려 하자 카무이는 싸늘한 표정으로
'앉아.'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단 의미였다.

"아직은 안되지. 아직 재밌는 구경거리가 남았거든.
그 때까진 얌전히 있어. 안 그러면........." -카무이

카무이는 다시 싸늘한 표정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아까 그 유녀를 가리킨 뒤 말했다.

"저거, 죽여버린다?" -카무이

그는 이내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었고,
그녀는 인상을 쓴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손목에 난 붉은 자국.
심지어 카무이의 손톱에 쓸린 건지
약간의 생채기가 나서 검은 피가 한 방울 맺혀있었다.

'미치겠군..........'

카무이는 아까 어깨 주무를 때의 힘을 느끼고 확신했다며
아까의 오싹함은 어디로 가고 웃으며 즐겁게 말했다.
실수했다. 야토인 그의 어깨는 너무 단단해서 일반인이 주무를 수 없다.
하지만 쿠로인 그녀는 가능하다. 아차- 하며 한숨쉬는 그녀다.

"한숨쉬지마. 아직 이 연회의
하이라이트가 남아있는걸? 아부토-" -카무이

"그래. 지금 왔다는군. 하여간 악취미라니까...." -아부토

둘이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자
불안해진 나머지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어만 갔다.
카무이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띤채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아, 왔나보네?" -카무이

잠시 뒤. 누군가가 오는 듯 뒷쪽 손님용 방문쪽에서 마루가 조금씩 울렸다.
불안해하는 그녀를 보며 카무이는 킥하고 조금 웃었고,
이내, 누군가가 문 앞에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늦었잖아~ 어서 들어오라구." -카무이

이윽고, 또 다시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녀는 카무이의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누구인지 목소리만 들었다.

"애초에 난 이런 술자리는 좋아하지 않아." -???

"에이~ 딱딱하게 굴기는." -카무이

아니. 목소리도 필요없었다. 미세하게 주위에 감도는 담배 냄새.
그래. 그가 피우던 것도 같은 향이었다.
그리고 이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다시금 굳어버렸다.

"음? 네 녀석 원래 여자에 관심없다고 했지 않았나." -???

"오늘은 예외야, 예외. 자, 인사해야지?" -카무이

그녀는 천천히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뒷쪽 문으로
들어온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둘 다 오랜만이지?
감격의 재회가 아닌건 유감이지만-" -카무이

그대로 굳어버린 두 사람. 유녀 차림을 한 채 카무이의 옆에
앉아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보라색에 금색 나비가 수놓인 유카타.
그리고 칠흑같은 보랏빛 머리와 날카로운 눈매의 녹안.
그래. 그 깊고도 싸늘한 녹색의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있는건,

"어때? 놀랐어? 두 사람다 말이 없네-?" -카무이

타카스기 신스케. 아직까지도 친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유채꽃을 떠올리게 하는 그였다.

위함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