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비가 오던 날 이후로 너는 찾지 못하였다.
하긴, 실수라지만 우리에 의해 상처를 입었으니.
그 회복력이라면 죽지는 않겠지만 지금쯤 어떻게 지내려나.
지금 내 옆에서 소고가 지껄이는 말 따윈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말이죠, 히지카...........어?" -소고
"왜 그러냐, 소고." -히지카타
나는 그대로 시선을 땅에 둔 채 소고에게 물었다.
이윽고, 고개를 들었을 땐......
"저기, 무슨 일로......." -소고
그 날로부터 그닥 변하지 않은, 너의 모습-
"너...... 설마......." -히지카타
보여. 이제야 너의 얼굴이 제대로 보인다.
삿갓아래 가려져있던 너의 진짜 얼굴이.
별로 변한 것은 없지만, 딱 한가지. 변했다.
지금 우리들을 보는 그 눈의 따스함이 차갑게 식어있다.
그녀는 내 멱살을 잡은 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다가
이내 입술을 달싹였다.
".........어........"
"큭..... 이봐, 우선 이거 놓고....!!" -히지카타
"대체 뭐 하고 있었어!!"
그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래. 너는 미츠바의 일을 모른다. 저 수풀 뒤에 있는
저 자식이 너에게 말해주었겠지. 왜 잊고 있었던 걸까.
누구보다 상처받은 것은 그녀라는 것을.
모든 짐을 짊어진 채,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지만
그럴 때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사무치도록 괴로웠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 것보다 너 (-) 맞지! 맞잖냐!!" -히지카타
알면서도 애써 회피하려 이렇게 지껄이는 내가, 나도 싫다.
"아아, 그래. 오랜만이다 히지카타."
이를 바드득 가는 소리가 내 머리를 울리는 듯 하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내 이름을 불러라.
그런 목소리가 아닌 전과 같은 따스하면서도 장난으런 목소리로.
이제와서 잘못을 운운할 수는 없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마저도 핑계로 들릴테니까.
하지만 그랬더라면, 적어도 내게 말해줬어야 했다.
떠나올 때 소식이라도 전했어야했다. 나는 이미 죽은거냐?
너의 마음 속에선.
너를, 얼마나 찾았는지 모른다.
하루사메가 다녀갔다는 말에 용기내어 돌아갔을 때엔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너는 없었고 집은 부숴졌으며
시체와 붉은 피의 색만이 드리워있었고 그 사이에선
너의 그 검은 피도 섞여있었으니까.
혹시 죽은 걸까. 그럴리 없어. 그렇게 믿으며 너를 찾았는데.
"대체.....뭐하고 있었던 거야......
미츠바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너희들은 전부 뭐했어.....?!"
정작 겨우 찾은 네 앞에서, 울고 있는 네 앞에서 서있는
나는 아무말도 해줄 수가 없다.
"(-) 누님......." -소고
"누가 내 이름 부르랬어.....?
그녀가 어디있냐고, 묻고, 있잖아....!!"
화가 났다기 보단 울지 못해 안달이 난 모습.
어딘지 모르게 초라해보이는 뒷모습.
등을 돌리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세워 불러보지만,
"어이, 기다려 (-)!" -히지카타
그녀는 그대로 그 손을 쳐냈다.
기다리라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기다리라고 외치며 손을 뻗어도 잔혹하게 등을 먼저 돌린 건 우리인데.
너는 끝까지 우리를 믿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하지만 너무나 엇갈려버렸어. 그 때 실수로 발포한 녀석을
족친다고 해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상황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숨어있던 해결사 녀석이 나와서는 그녀를 말렸다.
"진정해, (-)." -긴토키
".........알고 있었지?"
그 말에 나는 조금 움찔했다.
해결사 녀석도 우리가 그녀를 찾는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런데도 알리지 않았다는 건, 그 녀석 눈에도 우리가
빌어먹을 자식들로 보였다는 얘기겠지.
맞는 말이다.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녀를 내버려두었으니까.
"넌, 분명 내가 이들을 안다는 것을,
알고있었어. 그런데....."
저 말은. 조금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했다는 말일까.
더 묻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해결사의 손을 쳐내었다.
"싫어. 너도 똑같아.
저 녀석들도 너도 똑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 만나서 쫓길 때는 왜 내 이름을 부른건데.
전부 드러내놓고서 또 우는 거냐. 바보같이.
"다 똑같아.....이 위선자들........"
그런 바보의 웃는 얼굴위에, 눈물이 덧씌워진다.
그리고 그런 바보를 보는 더한 이 바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위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