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벌써 온 거야? 시시하게." -카무이
한 남자였다. 그것도 아주 위험한.
주홍빛도는 분홍색의 길게 땋은 머리카락.
웃음속에 감추어진 본능과 섬뜩함.
그리고 저 하얀 피부를 뒤덮고 있는 붉은색의 핏방울.
"아직 메인이벤트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카무이
"카무이!" -카구라
씨익 웃으며 손날에 묻은 누군가의 붉은 피를 할짝하고 핥는
카무이에게 카구라가 소리치며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긴토키가 기다리라며 말려도,
이미 카구라는 카무이의 앞까지 간 상황.
잠시 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카구라가
우산을 내리친 힘에 의해 바닥이 조금 꺼졌다.
"어래~ 진정하라구, 카구라." -카무이
"닥쳐라, 해!
너는 내 손으로 죽인다, 해!" -카구라
긴토키가 아무리 말려도 카구라는 계속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공격할 뿐이었다.
안된다. 카구라는 아직 카무이를 못 이겨.
그걸 알기에 긴토키는 말렸고,
신파치는 카구라의 본모습을, 저번 아부토와의 싸움에서 본
진정한 야토를 알고있었기에 말렸다.
이 싸움은, 그 어느것도 남지 않는다. 그저 부숴진 마음만 남을 뿐이다.
"카구라! 기다리라고!" -긴토키
"큭.....싫다, 해!
어이, 카무이! 누님...누님은 어딨냐 해!" -카구라
그 말에 카무이는 다시금 씨익 웃더니 그대로 카구라의 우산을
두 손으로 잡아선 카구라와 함께 반대쪽 복도 끝으로 날려버렸다.
카구라는 벽에 부딪혀 튕겨져오르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얼마안가 다시 툭툭털고 일어났다.
"글쎄. 랄까, 저번에 내가 특별히
만나게도 해줬잖아?" -카무이
카구라가 다시 한 마디 하려던
그 순간, 긴토키가 모두의 말을 억누르는 살기를 담은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서 카무이를 째려보았다.
카무이는 입은 웃고있었지만, 눈으로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긴토키는 검을 한 손에 쥔 채 아주 천천히 카무이를 향해 걸어갔다.
"......어딨냐." -긴토키
오싹한 기운에 카무이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미소지으며 아까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러자 긴토키는 검을 쥔 손으로 검손잡이 끝으로 옆의 벽을 내리쳤다.
쩌적하고 조금 금이 간 벽에서 떨어지는 모래.
그 소리가 마치 밖의 눈쌓이는 소리와도 같다.
"어디있냐고, 물었다." -긴토키
카무이가 다시금 그 날의 전쟁의 야차로 돌아온 그를 보자
재미있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카구라는 금새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긴토키의 앞을 막았다.
"카구라....?" -긴토키
"긴쨩은 가라, 해!
지금 중요한 건 저 녀석이 아니잖냐, 해!" -카구라
그 말에 겨우 화를 누그러뜨리는 긴토키의 표정을 보던
소고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쉬며 카구라의 옆에서 그를 같이 막아섰다.
신파치도 함께.
"얼른 가서 제 누님이나 데리고 오라구요, 형씨." -소고
"긴상. 얼른 가세요. 늦기 전에." -신파치
카무이가 긴토키와 싸우려는 것을 막는 그들이 거슬렸는지,
눈매를 날카롭게 띤 채 눈동자가 벌어져선 다시 달려왔다.
카구라가 가까스로 그를 막고있었고, 긴토키는 그제서야 검을 집어넣었다.
"저쪽에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얼른 가세요, 긴상!!" -신파치
그는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대로 신파치가 알려준 쪽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고는
카무이는 광기어린 웃음을 띠며 카구라를 밀쳐내고 돌진했다.
"어딜.........!" -카구라
그런 카무이의 공격을
다시금 카구라가 뛰어가선 우산으로 쳐냈고,
카무이는 그제서야 아까의 섬뜩한 웃음이
아닌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내, 흙먼지가 걷혔다.
"네 상대는 나다, 해!" -카구라
"하여간.....약한 주제에." -카무이
눈이, 오늘따라 너무나 새하얘서.
그 위에 피어나는 피의 꽃의 색이 더욱 붉은빛을 띄었다.
우산을 세게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