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는 맑음. 나는 산의 샘에서 물을 길어온 뒤 비탈길을 내려왔다.
으음..... 나도 설마 나이 먹은 건가? 예전엔 내 몸만한 물통에
물을 가득채워도 무겁진 않았는데. 요즘에 좀 무겁다.

"음?"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땐, 나는 위화감을 조금 느꼈다.
모여있는 사람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오랜만인 그의 모습.

"하하.....미안. 조금 오래걸렸지." -곤도

그리고 그가 내려놓는 것은, 모두의 검.
나는 물통을 내려놓고서 바로 달려가 곤도씨를 불렀다.
그는 내게 변함없는 웃음으로 웃어주었다. 그리고, 내밀었다.

"어, (-)! 오랜만이네. 하핫."

"지금 그 말이 나와요?! 다들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

내 검을. 막부에서 수거해갔던, 모든 검들을,그는 찾아왔던 것이었다.
어떻게? 나는 내 검을 받고서는 꽈악 쥐었다. 돌아왔어. 돌아왔다. 다시.
모두의 앞이라 울고싶은 것을 꾹 참던 그 때, 그가 말했다.

"대신, 우리가 막부에서 경호 비슷한 걸 하기로 했어.
신센구미였나. 그 덕에 받아왔지." -곤도

처음에는 검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그것만 보고있었지만,
이내 알아차렸다. 유난히 피곤한 그의 모습을.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약속을, 그리고 우리의 긍지를 받아내기 위해 얼마나 돌아다녔으며,
저 머리를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조아렸을까.
나는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또다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렇게 노력해서 되찾아주었는데, 슬픈 표정을 보이면 안되겠지.

"곤도. 고마워요."

동시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나도 이 도장의 문하생이다.
그럼 나도 막부의 밑으로 들어가야하는 걸까.
아니. 상관없다. 모두가 있으니까.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을 한다면
신스케나 타이치를 찾기가 쉬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 각오와는 다르게, 곤도의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왜 그러세요?"

"저....그게 그러니까......사실은......." -곤도

나는 그의 다음말을 듣고선, 다시 표정이 굳어버렸다.
오늘의 바람은, 여름의 미풍.
나뭇잎이 살랑이고 내 눈동자도 동시에 가라앉았다.

우리의 이별도. 점점 가까워져 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