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네 탓이 아니라고.......!" -긴토키

예전처럼 멀지 않다. 손만 뻗으면 닿을거리에 그녀가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가 울 때 정작 안아줄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한심할 뿐이야." -긴토키

말로는 그렇게 해놓고서
정작 그녀에게 꽂힌 가시가 무서워 다가가지 못했다.
그 얼굴에 드리워진 암울을, 그리고 슬픔을 알아주지 못했음을 슬퍼하며
그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수용한다.
긴토키는 이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과 조금은 진정된
그녀의 심장소리에 자신에게 화내 듯 말했다.

"것보다 너 이것밖에 안되는 녀석이었어?
고작 그런 말 하나에 흔들릴 정도로.
분명 내 기억으로는 그런 것 따위에
흔들리지 않은 강한 여자였는데.
대체 뭐때문에 이렇게 약해진거야.....
대체 뭐때문에.........!" -긴토키

긴토키는 그녀에게 묻듯이 말했지만 사실은 그 모든 답을 알고있었다.
자신이다. 아니, 우리들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 지켜야 할 것과
평화라는 의미가 커져갈 때마다
그녀는 속으로 보이지 않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검을 쥐어왔다.
그렇기에, 그걸 알기에 더욱 괴로웠다.

"이래서 싫다고......!
네가 나보다 강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흑영이라 불리우는
네 그림자 속에서 살아왔어.
너는 내가 다쳐 돌아와도 반겨주며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상처는 끝내 얘기 하지 않았어." -긴토키

긴토키는 끌어안던 그녀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서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다르다고!
더 이상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 하지마.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괴로워지니까.
더 이상 아프지도, 괴로워하지도 마.
네가 말했잖아. 평범하고 싶다고.
그러면 지금 이대로 지내면 돼.
하지만 일부러 혼자서 위험을 감수하지마." -긴토키

그는 조금 인상을 풀고서 멍하니 놀란 표정으로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이제 네 앞에 서있으니까." -긴토키

그 말 한마디에. 눈 녹듯이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그런건 나도 알고있다고....바보자식아...."

그녀는 작게 흐느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긴토키는 울고있는 그녀에게
다시 자신의 붉은 목도리를 둘러준 채 그대로 데리고 걸었다.
그녀는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며 걸었다.

'그렇지만 하얀 눈과 함께..... 네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송이가 자꾸 시야를 가린다.

'그래서 그랬는데.... 지금은.....'

그 하얀색에 동화되서 그도, 이 세계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까 일은 잊어버려. 우린 그냥 집에 가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면 되는거야. 그것 뿐이다." -긴토키

그녀는 그제서야 생각을 바꾸었다.
괜찮아. 그가 사라지지 않도록
그 때는 또 다시 마중을 나갈테니까. 그러니 괜찮아. 잃지 않아.

'아아.........' -긴토키

모든 것이 하얗다. 잿빛이던 하늘도 이제는 하얗게만 보이는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 세계에서도 고동과 온기만은 느껴졌다.

'따뜻하군........' -긴토키

이 하얀세계. 모든 것이 텅 빈 듯한 세계.
마음에서 빼낸 못은 사라져도 구멍은 남는다.

'사라져도.....이 온기와
고동소리는 잊지 않으니까...찾을 수 있어...' -긴토키

그 구멍을

한없이 크게 비어버린 이 검은 구멍을

"의외로 따뜻하잖아, 긴토키 손."


드디어 너로, 가득 채웠다.

이 하얀 세계에서-



[하얀 세계 - 사카타 긴토키 외전]
[Fin]


와락 끌어안고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