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이 순탄하게 해가 지나가고.
네 말이 진실이라고 말하듯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다시 너를 쫓아 그곳으로 돌아갔지만, 피투성이에 엉망진창인
집만이 남아있고 너는 그곳에 없었다.
그렇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악몽같은 기억 뿐인 비오는 날.
살인범을 놓치고서 가뜩이나 찝찝한 기분에,

"젠장.....놓친건가." -히지카타

젠장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담배의 라이터를
건들여보지만
비 때문인지 불이 잘 붙지 않아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그렇게 짜증을 내는 나에게 소고 녀석이 와선 시비를 걸었다.

"히지카타씨가 느려서 그런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참에 늙었겠다,
부장자리는 저 주시고 영원히 쉬세요.
제가 직접 장례는 잘 치뤄드릴게요." -소고

"넌 좀 닥치고 있어라, 소고." -히지카타

그렇게 쓸데없는 말들만이 오고 갔다.
사실 그게 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
하지만 분명 아까의 그 자는 너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들어.
뭐가 되었던 간에 잡고 나면 알게 되겠지.

"그렇지만 우리를 공격하려던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죠." -소고

"그래. 그 때 죽인 녀석들도 마약 밀매범들이었으니 죽어도 싸.
하지만 살인은 엄연한 범죄다." -히지카타

"그런가요." -소고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발견했다.
역시. 너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우리를 공격하지 않은 걸 보아 네가 틀림없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지금 너를 잡지 못하는거지?

"아..........."

탄식을 내뱉듯 이쪽을 보며 무어라 중얼거린다.
자신을 알아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다행이라는 듯 손을 뻗고 있었지만 울고있었다.
하지만 그 입은 미묘하게 웃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히지카.........."

내 이름도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총성에 묻혀간다.
또다시 도망치는 너는 더욱 이상했다.
배신감에 도망친다기 보다는 우리가 아닌
또다른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듯한 그 느낌.
바닥에 흐르는 검은 피에 확신을 가졌다.

"그 여자........ 설마....... " -히지카타

"곤도씨가 분명, 그 종족은 멸족이랬죠...." -소고

소고 녀석은 그것을 느꼈을까.
뭐가 되었던간에,

" .......(-) 누님을, 제외하고." -소고

네가 맞았다, (-).

"멀리 못 갔을거다. 쫓아!" -히지카타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감도는 빗줄기 속에,
비릿한 피냄새를 타고 불안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렇게 돌고돌아 약속의 끝에서 만난 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동시에, 울고 있었다.

옷깃을 구기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