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나오는 거야......" -카무이

다시 아까의 포목점으로 온 세 사람.
카구라와 카무이는 아까 산 유카타를 입고 있었고,
그녀는 탈의실 안에 있는 듯 했다.

".....못 기다리겠네. 역시 들어가보...." -카무이

"어딜 감히 누님을 엿보려는거냐, 해." -카구라

"쳇......." -카무이

카구라가 막고 있으니 문제는 없다.
그녀가 입는게 복잡하다며 투덜거리자 주인 아주머니도
같이 들어가서 도와주느라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카무이가 약속을 어기고 그냥 카구라를 처리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주인장이 먼저 나왔다.

"호호..... 평소에도 괜찮지만, 꾸미니 참 예쁘네요." -주인

"당연하지, 누구 부인인데." -카무이

"적어도 누님은 네 놈의 여자는 안 될거다, 해." -카구라

"에? 하지만 그렇게 하면 (-), 네 시누이로 한 가족이 될 수 있다구?
너 누님누님 거리며 좋아죽겠잖아." -카무이

"그건 좋지만 네 놈에겐 못 넘겨준다, 해." -카구라

주인이 둘을 보며 그녀에게 빨리 나와보라 속삭였고,
이내 커튼이 드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걷혔다.
이윽고 싸우던 둘의 시선은, 탈의실 쪽에서 멈추었다.

"또 싸우는거야? 나 참......."

하늘색 유카타에, 푸른색의 오비.
풀어져있던 검은색 머리카락은 단정히 올려
많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장신구가 꽂혀있었다.
얼굴에는 진하지 않게 옅은 화장이 되어있었다.
멍하니 있는 둘을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카구라였다.

"누님이 너무 예뻐서 말을 못했다, 해......." -카구라

"치...칭찬은 고맙지만 이런 거... 역시 어색하달까...."

그녀는 볼을 붉히며 쑥스러운 건지 어색하게 웃었다.
그 때, 카무이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빠르게 감싸 끌어안아버렸다.

"꺅......!"

"그냥 데이트고 뭐고 이대로 데려가고싶은데....." -카무이

"뭔 소리야! 당장 안 내려놔?!"

그녀는 능숙하게 카무이의 팔 관절을 툭 친 뒤 빠져나와
각각 양손으로 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둘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한참을 그렇게 따라달렸다.
하늘에 드리우는 노을도 서서히 어둠에 먹혀갈 즈음,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추어서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왜, 저녁 시간에 맞춰서 놀다가 여기 온 지 알아?"

둘의 푸른 눈에 가득 들어차는 것은, 불빛과 그 불빛을
등지고 서있는 검은 머리의 여인.
이내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을 땐,

"오늘이 축제 시작일이니까."

축제의 환한 불빛들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그녀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선 끌어당겼다.

"자, 자, 좀 웃으라고- "

"(-) 지금 어린애같아~" -카무이

"오자마자 시비 걸지 말고, 사고 치지나 마시지."

"누님, 누님! 나 저거 하고 싶다, 해!" -카구라

"네, 네- 가자."

카무이 덕에 금전적인 문제는 없어서 다행인 듯 했다.
그 뒤로도 일명 펀치기계 같은 것을 부순다던가
음식가게의 음식을 싹쓸이 한다던가 여러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워보이는 표정에 그녀는 안심했다.

"같이 가~ "

어느새 앞서가버린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뻗으며
한 발자국 내딛는 그 순간, 뒤쪽으로 부터 느껴지는 살기에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하지만 검을 하루사메에 두고왔다는 것을 자각하고서,
올린 머리에 꽂혀있던 비녀 세 개 중 하나를 뽑아
빠르게 뒤로 돌아 뻗었다.

"........인사치고는," -???

그것도 잠시. 자신의 비녀의 끝이 향한 목의 주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익숙한 향이 몸을 감싸자
그녀는 팔에서 힘을 서서히 빼며 고개를 들었다.

"꽤나 살벌하다고 해야하나." -신스케

언제나의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날카롭지만 조금은
부드럽게 그 녹안을 휘어 웃어보이는 그가 서있었다.

오늘 하루는 도망자 신세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