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긴토키
그가 쉬는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다시금 한 조각의 구름이 된다.
전쟁 때 자주 보던, 납빛의 하늘이다.
그 하늘에서 내려는 물방울들. 혹시라도 비 맞지는 않았을까.
물에 젖어 괴로워하진 않을까. 조금은, 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보지만 그것마저도 그저 소망이라는 것을 아는 그다.
'차라리.......그 때 데려가지 않았어야했다.' -긴토키
후회했다. 양이전쟁 당시 출전하려던 것은
타카스기 신스케, 사카타 긴토키, 카츠라 코타로 뿐이었다.
그녀는 남아있으라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따라나서선
스스로 흑영이라 불리우며 피로 온몸을 적셨다.
'미안한 건 나라고.' -긴토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면 언제나 미안하다는 듯,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그러니까 제발 그런 표정 하지말란 말이다.' -긴토키
비로 인해 질퍽거리는 흙.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튀는 흙탕물이
예전 그 때 그 시절 전장을 누비며 피를 튀겼던
때를 연상시켰다.
그 때는 온통 피바다였는데. 지금은 물바다인가.
어느쪽이던 간에 전부 그녀에게는 괴로운 쪽이다.
"정말. 이러면 옷이 더러워진단 말이다." -긴토키
궁시렁대며 불평하는 긴토키.
그러던 그는, 풀린 눈을 한채로 한 손은 우산을, 한 손에서는 목도를 놓지 않았다.
약간 어둡게 내려앉은 적안과, 조금은 예리해진 눈빛.
'대낮부터 누구냐. 대체.' -긴토키
근처에서 느껴지는 살기. 빗줄기 속에서도 똑똑히 느껴지는 살기가
빗방울을 그대로 얼려버릴 듯 했다.
그녀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긴토키는 집중했다.
찰팍. 흙탕물 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거기냐." -긴토키
골목에 숨어서 검을 살짝 빼고있던 누군가는
긴토키의 기척을 느끼자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빠르긴 했지만 비때문에 질퍽거리는 소리가 나 눈치챌 수 있었다.
"어이, 거기서!" -긴토키
긴토키는 그대로 우산을 던져버리고선 그 자를 쫓았다.
빨라서 벌써 저 멀리 가있었지만 틀림없다.
멀긴 하지만 저 삿갓과 검은색 옷은 똑똑히 보였다.
'더 이상은 그 망할 어리광 안 받아줘, (-)!' -긴토키
긴토키는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다.
근데 뭐였을까. 왠지 일부러 데리고 가는 듯한 그 느낌은.
그 느낌의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그는 달릴 뿐이었다.
조용히 비가 내리던 하늘은,
어느덧 야차의 포효처럼 천둥이 치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