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과연 지금의 날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소고

저번의 일이, 아직까지도 눈앞에 선하다.
과격파 양이지사 소탕 일로 인해 검을 휘두르고, 온몸에
붉은 피를 뒤집어 쓴 채 멍하니 서있자 하늘에서 비가내렸다.
이윽고 고인 물웅덩이에 비친 내 모습에 문득 당신이 떠올랐었다.

이런 나라도. 이렇게 피를 뒤집어 쓴 나라도 당신은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으며 날 안아줄까.
그리고, 이 비에는 한없이 약해지는 당신을 지킬 수 있을까.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소고.」

강해서. 너무 강해서.
당신이 너무나 강해서 내가 지켜줄 수가 없다.
오히려 언제나 나를 지켜온 것은 당신이었다.
그 어린 날의 나의 상실감을 이해하고서 내 편이 되어주었다.
곤도 씨의 옆자리도, 누님도. 전부 그 사람에게 빼았겼지만
당신만은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지킬만큼 강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아깐 당신을 넘어서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어느 순간 또 잃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그렇게 어느 정도는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분명, 많이 강해졌는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아무리 강해져도 그 강한 영혼만큼은 따라잡지 못 하겠지.

아아, 내일은.

날씨가 맑다면, 당신과 함께 여유를 가져보고 싶습니다.

(-) 누님.

오늘따라 더 작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