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행성에 있던,
어제 그 전장에서 귀병대와 하루사메와 싸우던
천인들이 여기까지 쫓아온 듯 했다.
끈질기기는. 그것도 왜 하필 지금이냐.
무엇보다 수가 생각보다 많다.
"약한 녀석들에겐 흥미없는데 말이지." -카무이
카무이의 말이 녀석들을 제대로 도발한 듯 하다.
그래. 이 정도 수여도 쉽게 질 신스케와 카무이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짐이나 마찬가지 잖아.
빌어먹을. 좀 움직여졌으면.
"(-), 나 저 녀석들 상대는 싫은데 대신 해주면 안돼?" -카무이
카무이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파. 아파서, 죽을 것 같다.
아직까지 내 허리를 감싸안고 있는 신스케의 팔을 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움직이는 것도 버거울거라던 말이 사실이었다.
역시 이이상은 무리였나. 10분걸어도 숨이 차오를 정도였으니.
"(-)?" -카무이
카무이는 내 이름을 불렀지만 이내 그에게 달려드는
수많은 천인들에 의해 가려져버려서 보이지 않았다.
"양이지사라고 하지 않았나.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참인....." -신스케
신스케는 순간 말을 멈추었다.
검은색이 그의 유카타에 원을 그리며 퍼진다.
피가 난다. 코피가 아니라 다행인가.
그리 많은 양도 아니다. 내장이 조금 상한걸까?
내 피는 색 구분도 안되서 알 수가 없다고.
"너........" -신스케
그래도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어떻게되도 무사하면 됬다는 건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였어, 신스케.
"은퇴.... 했다고 했잖아......"
날 기억하는 네가, 무사해야한단말야.
"......쯧. 알아서 살아남아라." -신스케
그는 나를 보더니 쯧하고 혀를 차며 등을 돌려가버렸다.
천인들 사이로 뛰어들어 베어나가는 그의 뒷모습마저
이제는 조금씩 흐려보인다.
움직이라고 자신에게 소리쳐도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아.
"뭐야, 이 년은?" -천인
그 때, 이쪽으로 조금 나와있는 한 녀석이 나를 봐버렸다.
안돼. 지금 이 상태로는 지금 서있는게 기적이란말야.
이 상태에서 한 번이라도 공격을 막으려했다가는.
"그 때 그 검은 년이구만?" -천인
이를 악물고서 검집으로 녀석의 칼을 막았다.
몇 톤 가량되는 쇠덩이로 내리친 것 같았다.
그대로 눈 앞이 일순간 검게 변했다가 다시 밝아졌고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큭....!!"
다시 눈을 뜨자 보이는 녀석의 번뜩이는 칼날과
잘 가라는 그 한마디에 눈을 감고서 살을 파고드는
칼날을 기다릴 수 밖에 없던 그 때.
얼굴에 와닿는 것은 새까만 내 피가 아닌,
따뜻하고 붉은, 다른 이의.
"끝까지 성가시게 하는군......." -신스케
피-
"신스케.....!!"
왜? 어째서? 그저 짐이라고 말하는 듯한 눈을 했었으면서.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왜 이런 행동을 하는거야?
막는게 조금 늦었는지 어깨에 앝게 파고든 칼날.
칼날에 보이는 약간의 보랏빛에 나는 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제의 그 독이라면, 아직 어제 선의가 줬던 해독제가
분명 내 옷에.......!
"남은 해독제.... 해독제를......."
나는 해독제를 꺼내 그대로 상처에 부었다.
상처에 스며드는 것으로 이젠 괜찮아.
신스케는 다시 일어나선 녀석들을 전부 베어나갔다.
그래. 이제 됬.....
"(-)!!" -카무이
카무이의 목소리다. 왜 이쪽으로 저렇게 오는거야.
나 못도와준다고 아까 말했잖냐.
이제는 정신이 못버텨. 소리마저 귀에 웅웅 울려서.....
아아, 그런데 선의가 뭔가를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돌아오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긴 합니다.」머리 아파. 내 뒤에서 드리우는 그림자조차 모르고서
숨을 내쉬던 그 때,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깨지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지금......" -신스케
그래. 기억났다. 선의가 했던 그 말.
「독에 이미 면역이 어느정도 되었을테니,
생명이 위험하진 않을겁니다.」고개를 들자, 내 앞에 서서 내 뒤에 있는 자들에게
검을 겨누고 서있는 신스케의 다리가 보였다.
"감히 누구에게 검을 겨누는 거냐." -신스케
신스케의 목소리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야.
「역시, 똑같은 충격을 받는다면......」멀어져가는 의식을 붙잡고서 고개를 들려하자,
이내 그의 팔이 뒤로 고꾸라지려는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아아,
"이 여자는 네 녀석들이 검을 겨눌만한 여자가, 아니다." -신스케
정말.
「(-) 님께서 아시는 신스케 님으로, 돌아오실지도 모르죠.」따뜻하다.
따뜻하구나, 지금의 너는.
"신스케......"
돌아왔어. 내가 아는 너로.
".....할 말은 많지만, 우선 빠져나간다." -신스케
그의 말에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신스케는 이내 카무이에게 뭐라고 하는 듯 했다. 잘 들리지 않아.
그리고는 그대로 검을 집어넣고서 두 팔로 나를 안아들었다.
이제 편해져서 잠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도 지금의
그가 있기를 바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