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
하늘과 대지마저도 그 숨소리를 줄여 그 무엇도 들려소지 않는 시간.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더운 느낌이 들어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켜 앉아 내 옆에 누워서 자고있을 그녀를 불렀다.
그렇게 말하며 옆을 보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옆자리에 있지 않았다.
이불의 온기가 남아있는 걸로 봐선 얼마 안됬는데......
아직 잠에서 덜 깨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비틀거리며 일어나선 방밖으로 나갔다.
"유키.....?"
그렇게 나가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두운 대장간이 아닌 미친 듯 춤추는
붉은 빛에 휩싸인 대장간이었딘.
"어...?"
잠 때문에 비몽사몽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장간에 불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 앞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는 그녀.
건물이 타들어 가기 시작하고, 무너져간다.
내 외침은 그녀에게 닿지 않는 듯 했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주저 앉은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유키! 왜 그래, 정신차려! 나가야돼!"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어깨.
그 진동의 의미인 두려움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불 때문인 듯 했다. 쿠로족의 약점은 불.
대장간에서 일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긴 했지만 역시 본능은 거스를 수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난는 불이 아닌 물에 약했기 때문에 조금 무서울 뿐 괜찮았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녀를 구해야했다.
"꺄악!"
천장에까지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자 그로인해 불붙은 잔해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피할수 없다고 생각한 그 순간, 내 시야를 가리는 무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나를 안은채 몸을 웅크리는 그녀의 품 속.
역시 신은 내 편이 아닌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