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오후.
하늘의 해는 아직까지도 쨍쨍하다.
그 지지않는 태양에 불만을 품고서 조금 인상을 쓰다가도
이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짓는 자신이
가식적이라고 느껴지기는 하는건지
이번에는 피식 웃는 그다.
붕대를 감고서 우산을 쓴 채, 이 태양이 내리쬐는 거리를 걷는다.
"........역시 태양은 마음에 안든다니까.
여러가지 의미로-" -카무이
푸른색의 눈동자가 일순간 날카롭게 차갑게 빛났다.
하지만 이내 다시 평소와 같은 눈을 하고서 계속 걷는 카무이였다.
바람은 선선하고, 구름은 거의없다.
조금이나마 저 빛을 가려준다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질텐데.
속으로 곱씹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쯤 아부토가 자기대신 일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하고서
잔소리가 귀찮았던 그는 그저 하염없이 돌아다녔다.
태양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왜 돌아다니는 걸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빛이, 필요하다.' -카무이
그가 찾아야하는 빛은,
지금도 이 태양아래에서 있을테니까.
저 태양과 같이 밝은 빛을 지녔지만, 자신을 괴롭게 하지 않는 빛.
그녀는 마치 달과도 같았다. 야토라는 이유로 태양의 빛을,
그리고 그 따뜻함을 갈구해 더더욱 피의 감촉을 구하고.
그 괴물같은 힘을 이용하려는 자들로 상처입는 바보같은 자들이 늘어간다.
'꺼지지 않는 빛이지만, 차가운 그 빛이.' -카무이
태양처럼 자신을 이용하려하지도,
그렇다고 괴롭게 하지 않으면서
밝은 빛을 가진 달과도 같은 그녀가, 너무나 필요했다.
너무 멀리와서 돌아갈 수 없는 달을 멀리서 바라보는 붉은 토끼 한 마리.
'그 빛이, 필요하다.' -카무이
'강함'이라는 단어를 그 빛에 부여하여 쫓아왔다.
하지만 정작 그 빛을 손에 넣은 뒤엔,
그토록 원하던 사냥감을 손에 넣은 뒤에도
그것을 완전히 숨통을 끊어놓지 않은 건 무슨 이유에서 였었더라?
뜨겁고 또한 비릿한 피의 감촉을 갈구하던 손이,
그 전장으로 뻗던 손이 어느덧 빛의 온기를 갈 바뀌었던 건
대체 언제 부터였었더라?
아아, 이젠 기억도 나질 않아.
'이 몸이 타들어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언제부터. 이렇게. 갈구하는 거지?' -카무이
이 몸이 타들어간다해도, 한 번이라도 좋으니 태양과도 같은
그 빛을 놓치지 않도록 잡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눈살을 찌뿌리면서도
우산을 잠시 치우고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심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올리려다
허탈함에 다시 우산을 쓰고서
피식하고 헛웃음을 친 뒤 미소를 짓는 그다.
"..........역시, 바보같아-" -카무이
너무나도 잘 알면서. 끝내 닿지 못하리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으면서. 어째서. 그는.
'잡아질리가, 없으니까. 말야.'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 그것과 맞먹을 정도로 심장이 조여오기
시작한 것은 언제 부터였을까.
'강함'이라는 것을 쫓기 시작했을 때.
어쩌면 그 때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죽이고, 쓰러뜨릴 때마다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과 희열에
도취되어 심장이 마구 뛰었을 때부터.
그랬던 그이기에 지금의 심장이 조이는 감정,
즉. 잃을지도 모른다는 초조와 불안.
그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시시하네-" -카무이
카무이도 생글생글 웃는 이 표정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조금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텐데.
정말로 다시 이 손에 그 은빛을 넣는다면 조금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겠지. 비록, 광기에 차있을지라도.
시시해. 어딜가도 전부 시시한 것 뿐.
그렇게 비루하다는 듯 피식 웃다가도 밝은 햇빛을 보고선 살짝 미간을 움찔인다.
그는 이내 큰 길에서 조금 빠져나와 그늘진 골목쪽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편해지는 듯한 느낌과
가을바람의 서늘함이 몸을 휘감자 기분이 좋아보이는 그였다.
그 때,
"야옹~"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