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어둡고,
또한 벽의 칠까지 벗겨져 더욱 차갑게 보이는 방 안.
그 곳에 있는 단 하나뿐인 침대 위에서, 왠지 모르게 소란스러운 소리에
흑안과 검은색의 머리를 가진 한 여자가 눈살을 찌뿌리며 일어났다.

"큭..........!"

오른쪽에 발의 감각이 없다. 아예 발목이 잘려나간 느낌.
조금만 움찔거려도 전기가 올라오듯 찌릿하고 통증이 올라왔다.
역시. 부러진게 맞는걸까.
눈물을 찔끔 흘리는 그녀다.

"움직여지지도 않잖아..... 제길....."

소란스러운 이 틈을 타 탈출해야하는데.
이제는 움직일 힘도 없을 뿐더러 걷기 조차도 힘들게 되어버렸다.
아무리 그녀의 회복력이라고 해도 뼈가 부러졌으니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
촤륵하고 소리를 내는 수갑의 쇠사슬.
자는 도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수갑을 끊으려 한 걸까.
손목은 검은색으로 흥건했다.

'아아.......그렇지.'

그녀는 그제서야 오늘이 바로 이 녀석들의
거사가 있는 날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어느새 밖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작고 좁은 창문의 쇠창살 사이로 들어온 하나의 눈송이는
그녀의 볼에 내려앉아 눈깜짝할 새에 녹아없어졌다.

"으윽.....아파.....죽겠네...."

애써 발목의 뼈가 부러진 고통을 참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던 그녀는
그대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렇게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여러번.
문 앞까지 다다랐을 때는 여기저기 작은 생채기들이 나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환청인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목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것도 거짓이라는 것을 안다.
여기서 나간다 하더라도
완전히 자유로워 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어떤 거짓이라도 진실로 만들어보이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그저 흐릿해진 그림자.
춥고 어두운. 굳게 닫힌 그 방에 울려퍼지는 애달픈 흐느낌.
그 흐느낌에 가슴도 숨도 괴로워져만 갔다.

'제발.......나갈 수 있게.....움직여.......!'

굳게 닫힌 그 문을 향해 손을 뻗어보아도 그 손끝은 너무나도 차갑게 굳어버렸다.
겨울의 한기가 모든 것을 얼려버릴 것 같다.
아아, 누군가가 저 문을 열고서 들어와 이 손을 잡아준다면.

정말, 따뜻할텐데.

"크으........"

그렇게 차가운 바닥에 살이 쓸린 채
부숴진 발목을 이끌고서 문 가까이 까지 다다른 그 때.
문이 조심스레 끼익 하고 바깥쪽으로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손 하나.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