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시원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더웠는데.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떴을 때는, 하늘이 아니라
익숙한. 그리고 조금은 얄미운 녀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났어?" -카무이

"카무이?"

내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 하자, 카무이는

"좀 더 쉬어." -카무이

-라며 내 이마에 손을 얹어 누르며 다시 눕혔다.
이제보니 내 머리, 이 때까지 카무이의 다리 위에 있었던 모양이다.
부끄러워! 게다가 여기 지금 둘 뿐이라 몇 배로 쪽팔리다고?

"열나는거야? 얼굴이 조금 붉은데." -카무이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내 뒷통수를 받혀 살짝 들어
자신의 이마에 대보는 그다.
나는 그런 그를 밀어내고서 일어나 앉았다.

"그...그런거 아냐. 그것 보다, 여긴 어디야?"

카무이는 미소 지은 채 아무말없이 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리켰고,
이내 뒤를 돌아본 나는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산?"

"응. 뒤쪽에 있는 산의 중간 쯔음. 불꽃놀이는 아직이야." -카무이

일부러 잘보이는 곳으로 온 모양이었다.
잠깐. 그렇다는 건 물 때문에 힘이 빠져 추욱 늘어진 나를
여기까지 카무이가 들고 올라왔다는 소리인데.
......좀 미안해진다. 아니, 많이.

"힘들었겠다.... 물 때문에 약해져버려선...."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카무이는 괜찮다며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분명 내가 연상인데, 저 녀석이 더 연상인 것 같아.

"약해지는 것도 그렇지만..... 비치는데, (-)." -카무이

그 말에 나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에에엑!!"

그러다가 아래를 내려다보고서, 하나도 비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나는 점점 표정이 굳어갔고
다시 자리에 앉아 카무이의 머리를 한 대 내리쳤다.
카무이는 아프지도 않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을 뿐이었다.

"푸핫, 장난이야. 이미 머리카락도 다 말랐는데 무슨." -카무이

"다행이다..... 놀리지 좀 마."

내가 안심하자 다시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가늘게 뜬 푸른 눈으로 나를 본다.

"여기까지 데려올 땐 그랬지만." -카무이

"카무이-!!"

하여간 이 자식은 겉만 토끼지......
내가 팔을 휘두르자 간단히 피하고서 오히려 그 팔을
잡은 뒤 잡아당겨 품에 안아버린다.

"이거 안 놔?!"

"그만그만. 불꽃놀이, 시작해버린다구?" -카무이

나는 할 수 없이 그의 옆에 앉았고, 그렇게 고개를 들었을 땐.

"거 봐." -카무이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어두운 하늘아래, 별 아래에서
그들보다 밝게 빛나며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 밝고 예쁜 불꽃들에 우리 둘은 잠시동안 아무말도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는 나의 손을 잡아오는 그의 손에
고개를 돌려마주하자, '오늘만.' 이라며 짧게 말하고는 미소짓는 그다.

".........카무이."

나는 그런 그의 손을 꽉 잡으며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고,

"응?" -카무이

카무이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불꽃이 만들어낸 그림자 안.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아왔던 말을 내뱉었다.

".......너, 어제 우주에 있었던 이유. 너의 고향에 다녀왔던거지?"

그래. 그렇게 그림자에 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그렇지? 카무이."

너의 그런 애써 짓는 거짓 미소도 감출 수 있다면.

언제나 늦는다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