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끝났다." -긴토키

"하여간........"

그녀는 한쪽에 개어두었던 자신의 유카타를 꺼내어 입었다.
긴토키는 남은 붕대를 다시 감으려했다.
그런 긴토키의 손을, 그녀가 붙잡았다.

"하아?! 또 뭐?!" -긴토키

"성격 급하긴."

그녀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왼쪽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긴토키는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쉬더니 붕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긴토키가 왼쪽 어깨에 상처가 있다는 걸 알고있었던 듯 했다.
그녀는 긴토키를 앉힌 뒤 그의 오비를 풀고서
유카타의 윗부분을 내렸다.
그리고는 아까 긴토키가 그랬듯이 그의 왼쪽 어깨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네."

"네 놈이 할 소립니까. 닥치고 얼른 하기나....." -긴토키

긴토키의 빈정거리는 태도에 더이상은 못참겠는 건지
그녀는 감고있던 붕대를 한 번 졸랐다.
상처에 느껴지는 통증에 긴토키는 움찔였다.

"악-!! 악악! 죽고싶냐!!" -긴토키

"닥치고 좋은 말로 할 때 가만히 좀 있어."

긴토키는 꽤 아팠던 건지 눈물이 찔끔 맺혀있었다.
그녀는 그런 긴토키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고는
붕대 끝을 묶어 고정시켰다.
긴토키는 다시 그 흰 유카타를 고쳐입고서 오비를 동여매었다.

"......현재 상황은 좀 어때?"

"아아, 아마...... 2~3일 내에 결정나겠지." -긴토키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문을 밀어선 열었다.
그리고는 평소같은 풀린 표정으로
방을 나서려하던 그 순간,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의 귓전에 와닿았다.

"아마 승리냐 패배냐가 아닌......
전멸이냐 살아남느냐의 싸움이겠지만......"

그 말이 너무나 써서, 긴토키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서 마루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그 문을 닫고서 나가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할 시간이 있으면,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살아남자고.」

저번 전투 때, 자신이 카츠라에게 했던 그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 했다.
사무라이의 혼? 그 딴 걸 챙기기 전에,
그는 다른 동료와 자신의 목숨을 챙겼다.
천인을 몰아내자는 대의? 그 딴 것 보다는
이곳에 모인 모두에게 값진 미래를
보장해주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이를 베고 대신 피를 뒤집어썼다.
마지막을 장식할 시간이 있기에,
마지막까지 살아남길 택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뭐란 말인가.

'숨도 못 쉬겠구만........' -긴토키

숨을 돌릴 여유조차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운무속을 걷고있다.

"...마지막엔 비가 내렸으면, 하는데 말이지." -긴토키

"나는 싫어."

"왜?" -긴토키

"비밀이야."

"나 참......." -긴토키

그는 그 한마디를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내일을 위해, 마지막을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야겠지.

비가 내려서, 그 피바다의 피비린내를 지웠으면.
눈에 흐르는 눈물을 지웠으면.
전장에서 애써 광란의 귀공자라는 이름의,
귀신이라는 이름의, 백야차라는 이름의,
그리고흑영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견뎌온 자들의
마지막 울부짖음과 눈물을 그 비에 감추었으면.
용서받을 수 없다면 피로 물든 그 손에는 작은 희망을,
비가 그친 뒤에는 웃을 수 있도록 새장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그렇게 기도하며 다시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그다.

........그렇게
그 멍하니 올려다보던 하늘에 드리우는 회색구름이 끼고
그 구름으로부터 내린 비는, 모든 것을 끝마치고 검과 그 몸을
피로 적신자들의 눈물과 피, 그리고 울부짖음을 씻겨내렸다.

그가 원하던 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마지막날에는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그리고 그 날은, 그녀가 모든 것을 잃고서 온 몸으로
울부짖던 날과 같은 날이었다.

그 비가, 모든 것의 숨을 앗아가듯 조용히 내렸다.

언제나의 그녀와 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