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세요? 걸으실 수 있겠어요?" -신파치

"내가 업고 갈까, 해?" -카구라

"됐어, 됐어. 아까 무리해서 그런거고,
조금 치료만 받으면 금방 나아."

조금 인적이 없는 복도 쪽을 통해
아까 그녀가 있던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불안해했다.
이러다 또 다시 누굴 잃는게 아닐까- 하고.

"미안.....괜히 다쳐서......."

"아니다, 해!
그 바보 오빠 자식.....다음번에 똑같이
만들어줄거다, 해!" -카구라

그녀는 멋쩍은 듯 웃으며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아까 확실히 깨달았다. 그 녀석한테 잘못 걸리면 안되겠다고.

'랄까, 이미 걸려버렸지만.'

그녀는 축 쳐져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더니
허리춤의 검은색 칼날의 검을 빼들고서 앞을 향해 겨누고 외쳤다.

"누구냐!! 큿........!"

"진정하세요, 아직 움직이면........" -신파치

"누구있냐, 해?" -카구라

그녀는 잠시 앞을 뚫어질세라 주시하더니
이내 한숨쉬며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착각이었다며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너희 둘 중 하나는 가라."

"어째서냐, 해?"-카구라 / "왜요?" -신파치

그녀는 땅이 꺼질세라 한숨쉬며 갑판의 소리가 안들리냐며 물었다.

"둘 다 가라고 해야겠지만
내가 오늘은 정말 상태가 아니라서.....
자. 얼른."

"그럼 제가 남을게요." -신파치

"기다리라, 해! 카무이를 찾아서
아주 작살을 내주겠다, 해!
누님이랑 똑같이, 아니 더 해주겠다, 해!" -카구라

"어이어이, 진정해 카구라.
흥분하면 너는 약점이 훤히 드러난......
무시냐, 요녀석아!"

카구라는 이미 뛰어가버린지 오래였고,
신파치는 멋쩍게 웃으며 그녀를 부축해 가던 길을 마저갔다.

"그런데 왠지 긴상이랑 말투가
비슷해져 가시는 것 같아요....." -신파치

"뭐, 임마? 어디가?"

"......지금 이런거요." -신파치

그렇게 복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하루사메 단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전부 갑판에서 전투 중이겠지.
불행이라 해야할까 다행이라 해야할까.
신센구미랑 긴토키랑 카구라는 싸우고, 둘은 무사통과 중이고. 애매하다.

끝의 전망대로 나가는 출구가 보였다.
신파치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녀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프냐고 물어도 그대로인 표정. 그녀는 나지막히 말하고서 계속 걸었다.

"신파치............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원망하지 마.
절대로 지켜줄테니까."

"네? 그게 무슨........." -신파치

그녀의 코끝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언가의 냄새를 맡은 듯 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그 냄새.

"..........역시."

출구로 나오자 신파치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녀는 역시라는 말과 함께 한숨섞인 웃음을 피식하고 흘겼다.
그래. 전쟁 때 그 냄새가 나면 어느샌가 나타나던 그 사람.

"설마 여기서 모든 걸
구경하고 계셨을 줄이야.
vip 석 끊고서 담배 피는거야?"

한 때는 등뒤를 맡길 정도로 믿었던,
그래서 더욱 그 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그 남자.

"아아, 어서와라." -신스케

모든 것을 부수겠다고 했던 그는, 전망대의 난간에 기대고서
언제나처럼 담배연기를 잿빛 하늘과 눈송이를 향해 흩뿌렸다.

"(-)." -신스케

그 씨익 웃는 날카로운 녹안의 섬뜩함에
온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아까까지만해도 별 느낌없던 눈송이가
마치 우박처럼 굳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