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의 고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같다는 생각에 손을 뻗었지만
고양이는 순식간에 도망쳐버렸다.
"........ 너도 어지간히 제멋대로구나." -카무이
카무이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혼자서 읊조리다가 그 고양이를 따라 어두운 골목 사이로 빠졌다.
카무이는 그 싸늘한 표정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웃는 얼굴이 아닌, 가식도. 꾸밈도 하나 없는 표정.
싸늘하면서도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마치 심해와도 같은 푸른 눈.
아까 그가 제멋대로라고 내뱉은 말은 분명 그녀에게 향하는 거겠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그녀는.' -카무이
어른처럼 굴면서,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내 말은 끊어버리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아직 내 본모습을 끝까지 보지 못했으니.
하지만 적어도 알아줬으면 했다.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자신도 모르는데 그녀가 알리 없지 라며
포기 하기도 했지만 카무이는 이내 그 모든 잡념을 떨쳐버리고서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겼다.
'.........알기는 무슨.' -카무이
돌연변이로 불리는 그녀라면, 괴물이라 불리는 우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카구라마저도, 못난 여동생 마저도 그녀는 이해하고 지켜주려 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안되는거지?
이유를 모른채 방황하길 수십번. 카무이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나 따윈 간단히 따돌려버리면서.' -카무이
그렇게 계속되는 생각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그 때,
막다른 골목의 높은 담에 가로막혀
낑낑대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무이는 다시 미소로 얼굴을 덮었다.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들키지 않고,
또한 마음을 내비치는 일이 없어야 했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째서. 그 사람 앞에선.
그렇게 생각하던 카무이는 미소를 띠고서
고양이의 바로 앞에 서서는 말했다.
"아하하, 바보같아." -카무이
고양이는 흠칫하더니 벽 쪽으로 바짝 붙어
털을 잔뜩 세운 채 꼬리도 세웠다.
어둠속에 반짝이는 토파즈빛의 눈동자.
카무이는 푸른 눈을 가늘게 뜨고서 웃음기를 살짝 띄고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양이에게 걸어갔다.
고양이는 벽을 마구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뒤쪽에서 카무이가 손을 뻗자 몸을 잔뜩 웅크렸다.
"냥?!"
날카로이 손톱을 세운 손이 아닌, 그저 누군가의 온기를 구하는 손.
고양이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던 것도 잠시,
이내 카무이는 고양이를 들어 두 팔로 안은 뒤 중얼거렸다.
"........텐데......." -카무이
고양이를 안은 그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힘에
일순간 숨이 막혔던 고양이였다. 질식할지도 모르는.
그런 그의 힘에 고양이는 버둥거렸고
이내 카무이는 조금 힘을 빼었다.
"이렇게 너처럼 간단하게 안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카무이
투둑. 투두둑. 귓가에 와닿는 소리.
느리면서도 조금씩은 경쾌한 소리.
검고 곱슬거리는 털에 무언가가 똑하고 떨어져내렸다.
혹시 울기라도 하는걸까.
고양이는 고개를 들어 카무이를 올려다보았다.
웃고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웃고있었다.
그 눈을 조금 뜨고선 눈웃음 짓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