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날도 추워졌다. 긴토키도 평소 복장에 외투를 하나 더 걸치고
붉은 목도리를 둘러매고서 집 앞으로 나와보았다.
카구라도 겨울에 입는 두터운 원피스를 입고,
그녀는 아직 겨울 옷이 없기에 평소에 입던 검은 짧은 유카타에
긴 하얀바지를 아래에 입고서
긴토키의 외투하나를 뺏어(?)입었다.

"아, 저기 신파치가 온다, 해." -카구라

신파치가 오늘은 조금 늦게 왔다.
첫눈인데도 불구하고 어느정도는 쌓이고 있는 눈.
긴토키는 쌓인 눈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여간. 이놈의 지구온난화." -긴토키

셋은 잠시 나와봤다가 취워서
지금 막 온 신파치와 함께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도 조금 추워서 난로를 켰다.
타닥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하는 난로가 서서히 붉은색으로 불이 들어왔다.

"너 괜찮냐?" -긴토키

긴토키가 난로 앞에 앉아
차가워진 손을 녹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 말에 뭐가?라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눈도 물이잖아. 안 힘드냐고." -긴토키

그녀는 그제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난로에 손이 살짝 데여서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그녀다.

"저 정도는 괜찮아. 많이 젖지만 않으면.
앗뜨뜨.........."

"하여간에...!! 그렇게 멍하니 있지마! 괜찮냐?!" - 긴토키

"아니. 조금 따가워."

긴토키는 툴툴거리며 있는 잔소리 없는 잔소리 다하면서도
책상의 서랍을 뒤지더니 약상자에서
화상 연고하나를 꺼내 발라주었다.

"오."

"오는 무슨 오냐.
그 보다. 너도 나가볼거야?
카구라랑 신파치는 벌써 놀러 앞에 나갔다." -긴토키

그녀는 조금 있다가 내려간다면서 다시 난로 앞에 앉았다.
긴토키는 자신의 붉은 목도리 하나를 그녀에게 빌려주며

"나올 때 쓰던가-" -긴토키

라고 하고는 그대로 나갔다. 그 붉은 목도리가 유난히도 따스해서,
그녀는 난로 앞에서 나와 창문 앞에 서서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정말 하얗다.'

눈이라는 것. 많이도 보아왔었다.
어렸을 때는 이따금 친구들과 놀았었지- 라는 회상에 잠긴 채
멍하니 회색빛의 하늘과 그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하얀 눈송이를 본다.
너무나도 하얀세계에서, 자신같은 검둥이는 맞지 않는다.
갑자기 흰색이 끌리기 시작했는지 자신의 검은 유카타를 스윽 훑어본다.

"어이- (-)-" -긴토키

밑에서 긴토키가 부르는 소리에 사색을 멈추고서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다 창문을 열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갈게, 긴토........"

그리고 문을 열고 말하는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
하얗고, 동그랗고, 또한 차가운 무언가가 철퍽하는 소리,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오- 명중-" -긴토키

긴토키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눈덩이를
그녀의 얼굴에 명중시키고서 킥킥 웃었다.
그녀는 얼굴에 묻은 눈을 거칠게 털어내고 창문을 세게 닫은 뒤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끼익거리는 나무계단의 소리가 마치 전주곡과도 같았다.

"받아라, 해!" -카구라

카구라가 그녀에게 던진 눈덩이는 단 한 번의 칼부림에
그대로 두 조각이 되어 철퍽하고 땅을 적셨다.
그녀는 빠르게 검을 다시 집어넣고서
조금 즐거운 듯하고, 또한 무서운 표정으로
웃으며 긴토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긴토키는 순간 놀라 눈덩이를 하나 더 던졌다.

"으.....으리얍! 공격이닷!" -긴토키

그녀는 그러더니 아하하, 하고 살기를 조금 실은
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그 눈덩이를 빠르게 피하고는 그에게 돌진했다.

어느 겨울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