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져감에 따라,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해결사 형씨한테 소고 대장이 의뢰하라 해서 겨우 빠져나왔어요.
지금, 북쪽 항구에서 우주해적 녀석들과
거래하는 마약밀매범들을 체포하다가
해적 녀석들이 오는 바람에.......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서 어떻게든 모으고는 있어요.
해결사네 의뢰도 하고 있는거라구요." -야마자키
그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뜨고서 야마자키에게 물었다.
"하루사메? 하루사메냐?!"
"아....아뇨 그냥 듣보잡......." -야마자키
그런가...... 어쩌면 카무이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카구라 말로는 카무이란 녀석이 야왕 호센의 제자라고 했다.
어렸을 때 본적이 있다. 타이치와 이야기하는 호센을.
그렇다면 타이치에 대해 아는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긴토키의 등에 기댔다.
긴토키는 잠시 고민하더니 야마자키에게 말했다.
"알았어.
그럼 우선 이 녀석 좀 해결사에 데려다주고,
카구라랑 신파치한테 전해." -긴토키
"아....알겠습니다!" -야마자키
긴토키는 나를 내려준 뒤 그대로 뛰어가버렸다.
괜찮을거야. 긴토키는 강하니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짐만 될 뿐이겠지.
야마자키는 나를 부축해서 해결사로 향했다.
"괜찮으세요?" -야마자키
"아아.....아직 좀 그래. 그나저나, 지미라고 했나?"
"야마자키에요." -야마자키
"그랬지. 미안미안."
나는 야마자키에게 그녀석들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말도 마세요. 매일 시끄럽죠 뭐.
소고 대장은 여전히 도S에
히지카타씨도 맨날 일 하면서 사고에 담배에.....
곤도씨는 말리느라 안달이시고......" -야마자키
"다행이네. 다들 여전해보여서."
"다행......?! 아무튼, 이 이야기는 비밀입니다.
아니면 저 할복당해요." -야마자키
나는 힘이 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나도 인간이었다면, 지금 당장 도우러갔을 텐데.
아니. 천인이었기에 그들과 만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싸울 힘이 있었기에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던 그 때, 야마자키가 물었다.
"그렇게 걱정하면서 그 때는 왜 그러셨어요?" -야마자키
나는 그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비가 서서히 그쳐가고, 어느덧 카부키쵸 거리에 다다랐다. 소나기였나.
서서히 구름도 잦아들고 비는 거의 그쳐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그러게........
확실히 나도 약속 안지킨건 마찬가지인데.
모두가 돌아올 곳을 지키겠다고
약속해놓고는 그 집을 붉게 물들여버렸어."
"네?" -야마자키
"아냐. 그냥 모든게 허탈해서 그래.
그래도 감격의 재회인데
만나자마자 총에 칼빵인건 너도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해결사네 건물 앞. 안에서 타마와 캐서린이 나와 부축을 해주었다.
카구라와 신파치는 이야기를 듣고서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나도 조금만 쉬었다가 가볼까. 그렇게 올라가려던 그 때,
야마자키가 뒷통수를 긁적이더니 멋쩍은 듯 말했다.
"뭐.....저는 여러분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차라리 싸우세요." -야마자키
"뭐?"
"차라리 화를 내지만 말고 쥐어 패던가 해서
한 번에 끝내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어쩔 땐 말보다 주먹이 더 잘 통할 때도 있잖아요." -야마자키
"그런가........"
다시금 피식 웃으며 윗층으로 올라갔다.
남은 사람들은 그런나의 뒷모습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그럼 전 이만.......!" -야마자키
야마자키는 부리나케 북항으로 향했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힘이 빠져 소파위에 누워버렸다.
'차라리......확 쥐어패고 끝낸다라.....'
서랍장 한 켠을 열었다.
드르륵하는 소리마저 기분좋게 들린다.
서랍장 안에 있는 것은, 내 너덜너덜 해져버린 전쟁당시의 옷.
나는 그 옷을 어깨에 걸쳤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 순간 예전에 쇼요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라 이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뜻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다. 지금 마구 요동치는 이 심장소리 처럼.
"불편하지도 않고. 딱 좋네."
비는 이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옷은, 오늘 버릴 것이다.
초심을 기억하기 위해 걸쳤을 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그들을 지켜낸 뒤, 그곳에 미련없이 버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과거의 아픔도, 버릴 것이다.
"기다리라고."
「뒤돌아보면 못 써. 곁눈질도 하지 말고, 앞만 보고 걸어가.」 그녀가 그들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미츠바. 만약 네가 지금의 나를 봤더라면 뭐라고 했을까?
분명 싸우지 말라고. 그리고 분명 그들에게 했던 말과 똑같이 말할 것이다.
미츠바. 뒤돌아보지 않을거야. 죽음을 맞이할 때,
너는 뒤돌아봤겠지. 그렇게 마지막에 뒤돌아볼테니까,
지금은 네 말대로. 앞을 향해-
"지금 패주러 갈테니까."
나아갈 때라고. 믿고 있어.
그러니 네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 슬픔까지 내가 안고서 나아갈거야.
이젠 녀석들은 내게 맡기고 쉬어.
그리고, 그 손을 다시 잡게 되면 그 때.
그 때는, 슬픔을 내던지고 웃어보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