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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여러 곳을 들렀다.
(-)녀석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걷고있다.
이제는 노을이 거의 지고 있다.
30분도 채 안되어 이제 하늘도 어두워지겠지.
이 시간안에 어지간한 녀석들에게 인사란 인사는 다하고,
먹으려는 것은 먹고. 오늘따라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이젠 지쳤다고, 어이. 벌써 걷다보니 예전 벚꽃보던 곳
근처까지 와버렸다고?
할 수 없이 나는 오늘 수십번은 했던 말을 다시 했다.

"또 어딜 가는거냐?" -긴토키

"......딱 한 군데 남았어."

이번에는 조금 더 밝게 웃는다.
등진 노을에 가뜩이나 검던 녀석이 더 검게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아아, 그렇지.
어쩐지 오늘따라 해가 더 길더라니.
벌써 계절이 이렇게나 바뀌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나.
그 춥고 춥던 겨울날의 전쟁과, 밤의 벚꽃이 흩날리던
늦은 봄날부터. 지금. 여기까지.
그 때처럼 흩날리는 벚꽃잎이 서서히 먹혀들어간다.
노을이 점점 어둠에 먹혀들어가는 이곳.
그 때의 이곳. 같은 그 자리에 서자 그녀는 멈추었다.
그리고는 내게 무언가를 건네었다.
아까 가지고 있던 돈 봉투. 묵직하다.
아까 것 하곤 좀 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난, 인상밖에 써지질 않았다.

"자, 이거. 모아뒀던 돈이야.
밀린 집세랑 월급 부터 주고, 파칭코랑 술 작작하고."

".......그만." -긴토키

"애들 잘 보고, 신파치도 좀 도와주고,
신센구미 녀석들 너무 미워하지 말고.
아, 그리고 즈라나 타츠마도 같이 잘 지내고.
신스케까진 아니더라도 잘-"

"그만하라고!" -긴토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말을 끊어버렸다.
싫다. 미치도록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이 느낌은.
금방 돌아오겠다며 간 너는 강 아래로 떨어져내렸고,
다시 찾는데에만해도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때 처럼 너는 억지로 웃으며,

"어디 가버릴것처럼 그러지 말란말이다....!" -긴토키

또 다시 내게 말없이 이별을 고한다.
웃지마. 그렇게 웃을거라면 웃지마.
다시 만나게 된 뒤 에도 몇번이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웃을거라면 차라리 웃지말라는 말을
입 밖으로 그 때마다 내지 못한것은
지금의 이런 상황이 두려워서였을까.
답을 바라는 나에게 너는 언제나처럼.

"미안. 긴토키."

또 다른 질문을 제시하며 웃어보인다.
뭐가 미안하다는건데. 어?
뭐가 늘 그렇게 미안하지 못해서 안달이었던거냐고.
너는 언제나 밝았다. 하지만 이따금씩 진지해질때마다
너는 지키겠다기 보다는 후회스러운 눈이었다.
다른 이를 다치게 한 것에 대한 후회?
아니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후회?

"네 말 맞아."

"무슨......" -긴토키

이젠 그마저도 소용없을 만큼 멀리 와버렸다.
끝이 보인다. 그 끝에서 너를 붙잡고서 물었던 것을,
내 손을 떨치듯 너는 너무나 쉽게 말해버렸다.

"나. 네가 아는 (-). 아니라고."

그 말에 멍해진 나를 가라앉은 눈으로 본다.
그래. 그거다. 오늘 하루종일 네가 그 미소아래에서
짓고 있던 표정은 분명 지금의 표정이다.
이내 너는 말도 안되는 말들을 또 다시 이어나간다.

"하지만 동시에 네가 아는 (-) 이기도 해."

그만. 그만. 그만하란말이다.
대체 무슨 소리인건데. 나 머리 안 좋다고 말해대던건 너잖냐.
그런데 왜 자꾸 어디 가버릴 것 같은 말을
더욱 어렵게만들어 내게 질문으로 던지는건데.

"아마 신센구미와 하루사메, 귀병대는 알고있을거야."

나만 모르는 거였다는 걸 이제 알았다.
그래서 나만 바뀌었다는 거였나, 제길.
나에게 걱정끼치기 싫었다는 변명따위 들어줄까보냐.
네 입으로 전부 듣고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식으로 듣는 걸 바라지는 않았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어째선지 흩어질것 같은 그 얼굴로.

"타이치의 혈액과 내 혈액으로부터 얻은 정보."

그 자식의 이름을 내뱉는 그 입과.

"그리고, 너희들이 아는 나와 (-)."

나를 보는 그 눈에서는 울음이 계속해서 요동치며
빠져나오지 못해 널 갉아먹는 듯 하다.

"내가 왜 그 동안 죽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을까?"

너는 강했다. 육체도 정신도 강했다.
하지만 내게 보인 너는 한없이 약해서.
그래서 지키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럴때마다 너의 곁에 내가 아닌 다른이들이.
너를 지켜줄 수 있는 또 다른 이들이 많다는 것과
나는 전부 지켜줄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을 위해?

"왜 아무렇지 않게 싸우고, 검은 연기에 휩싸여도 늘 뛰어들었을까?"

감정을 죽이고 사는 녀석들 사이에서
혼자만 돌연변이로 태어나 살아온 너는,
인사하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던 수줍은 아이였다.
천도중에 대해 알기에 그들과 싸웠었고,
피를 많이흘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채 괴로워해도
괜찮다고 언제나 말했다. 무엇을 위해?

"적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똑같은 실수. 그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건지.
그냥 있는대로 말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너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도
겨우 해낸일이었고 지금 너의 말의 의미조차도 추측못하는 이 내가.
이 미칠듯한 혼란스러움에 종지부를 찍는 한 단어가,

"얼마 남지 않은 '수명' 마저 전부 써버릴 만큼."

귀가 아닌 심장에 비수를 찔러넣는다.
약간의 물기가 어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