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로 돌아온 뒤. 나는 모든 것을 세 명에게 털어놓았다.
신스케에 대한 이야기는 빼고.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유를 확인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그 때 카무이라는 녀석이 카구라의 오빠였을 줄이야.
좀 닮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아.........."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며 삿갓을 써 얼굴을 가리고는 거리를 걷고있다.
나는 다시 뛰쳐 나와버렸다. 비가 올 것같으니, 조금만.
조금만 있다가 돌아가자.

'너무......그럴 것 까지는 없었는데.'

사실 내가 미워하는 건 신센구미도, 긴토키도 아니다.
다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을 뿐이었다.

'긴토키.....어째서........'

그 때 떨어지던 때에,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죽을 만큼 괴로웠지만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긴토키가 목격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아니, 그가 좀 더 일찍 깨달았었다면.....
아무런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모든 걸 말해버리고 이젠 편해지고 싶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랬다가는 더욱 괴로울 뿐이었다.
진짜 목적을 해결사 식구들이 알게 된다면........위험해.

'이크. 소고다.'

순찰 중이던 소고를 보고는 삿갓을 눌러쓰며
뒷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아니 근데 잠깐만. 난 잘못한거 없는데 왜 숨는거지?

"휴우.......놀래라."

"그러게. 간신히 따돌렸군." -카츠라

" ..........!"

아무래도 이 뒷골목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었던 듯 하다.

"즈.....즈라!"

즈라와 그러니까....엘리자베스. 응, 그래. 분명 맞을거야.
그들도 이쪽에 숨어있었다. 나는 그대로 놀라서 굳어버렸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그 동안 잘 지냈나, (-)." -카츠라

"뭐......그럭저럭."

즈라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쓰고 있던 삿갓을 벗었다.
비가 오기 전이라 습기가 차서 그런지 긴머리가 더 길어보였다.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카츠라

"여전하네.
예전 양이지사 동료들은 ......잘 있지?"

"공교롭게도 전부는 아니지만 다들
예전보다 밝게 살고있어." -카츠라

"다행이네. 그건."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다시 서로의 갈 길을 갔다.
아니. 사실은 나는 갈 길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말했나? 지금 이 내가?
다행은 무슨. 내 부대. 흑영대의 모두를 전멸 시켜놓고선.
그 때 그 녀석들이 내가 천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어도.
그랬으면 내가 그 때 동요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들도 내게 있어선 똑같은 동료 였으니까.

"어........?"

하늘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
똑 떨어져선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윽고, 하나둘 갯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래. 얼래? 이거 설마..... 설마.......

"으아! 비 온다!"

역시나아악! 나는 삿갓을 고쳐쓰고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비를 피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결사까지 가기엔 꽤나 멀리나와 버렸다.
뭣보다 나 어디까지 온거야? 여긴 어디 난 누구?
비 많이 맞으면 나 위험하다고?

"아~ 진짜."

할 수없이 근처 공원의 나무 밑에서 대충 비를 피하며
옷과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었다.
물방울이 몸에서 떨어져나갈 때마다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버리곤 했다.
전쟁 때도, 이랬는데. 이따금 비가 오면 죽어라 달렸었지.
그 때는 황량한 황무지 뿐이라 비를 그대로 맞으며 이를 악 물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편해진거겠지.

하지만 이내 나는 정신을 차리고서
이 비를 뚫고 집까지 갈 궁리를 했다.
소나기 같으니 그칠 때까지 기다릴까.....

"............나빴어. 전부 다."

나는 또 다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고생들을 겪으며 몇 년을 버텨오고
누군가를 지켜온 결과가 고작 이거란 말인가.
더 이상 복수따위는 상관없었다.
적어도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었다.
쇼요 선생님과, 친구들과 있던 과거로.
하지만 안되잖아. 안되는 거잖아. 그렇기에 나는 복수라는 이름을 내세운다.

"아, 씨.....짜증나........."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요즘 하도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건지 잠이 쏟아졌다.
나무에 기대고 앉아있으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졸려........."

여기서 자면....... 안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졸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쯤 감긴 눈으로 꾸벅꾸벅 거릴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어이. 여기서 뭐하는거냐." -긴토키

"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우산을 들고 있는 긴토키가 보였다.

애써 참고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