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리고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뜸과 동시에
고개를 치켜들어 카무이를 보고서 말했다.
"나는, 확실히 아무것도 몰라.
그저 그 자를 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
뭣보다 이왕 다치는 거, 내가 다치는게 오히려 나아.
그리고..........."
그 때의 그 표정이다. 카무이가 처음으로 그녀를 죽이려했던 때의.
그녀는 카무이가 심장을 파고들 듯 노려보아도
꺾이지 않는 그 눈빛으로 그를 보고있었다.
어쩌면 카무이는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던걸까.
그녀의 지금 그 표정이 그 때의
표정과 똑같아서 카무이는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일어나선 한순간에 카무이를 안아버렸다.
흩날리는 검은색의 머리카락과 분홍빛의 머리카락.
"그렇게 초조해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카무이의 표정은. 행복한 것도, 그렇다고 괴로운 표정도 아닌.
딱 그 두 표정의 경계에 있었다.
잔인하다. 너무나도 잔인해.
정작 다치게 한 건 난데.
어째서 너는 또다시 상처를 안고서 나를 치유하려드는거야.
하지마. 더 이상 그런 슬픈 목소리로
나를 부르지 말아줘.
카무이는 계속해서 이 말을 삼켰다.
「그래. 몇 번이고 뒤쫓아와봐, 꼬마야.
그럼 나는 몇 번이고 네 손을
떨쳐줄테니. 그리고 그 때의 네 표정을
똑똑히 지켜봐주지.」
'분명 그땐 넌 그렇게 말했었지.' -카무이
그 말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너를 붙잡아두고있었으니까.
카무이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신을 안고있는
그녀를 팔을 벌려 살며시 안았다.
손이 닿은 등 너머로 느껴지는 심장의 고동.
진짜다. 이 심장의 고동소리는 진짜다.
너를 볼 때의 나의 고동소리와 같다.
'그런거, 아무래도 좋아.' -카무이
너무나도 외로운 밤이다.
똑같이 저주 같은 강함을 부여받은 존재.
어쩌면 그렇기에 서로를 이해하는걸까.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만월의 밤.
그런 밤, 두 명의 배덕자는
그 배덕자의 피를 뒤집어쓴채로
서로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아주었다.
그 누구도, 어디선가 실려오는
끔찍한 악몽과 피비린내에.
그리고 부숴져내리는 이 달빛에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지금은 그저,
서로를 으스러지도록
꽈악 안고서 서로의 고동을 감상할 뿐이다.
애써 진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