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짓이냐는 듯한 눈으로 보던 그는, 검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사람이 이 근처에 없다고 해서 너무 막나가는거 아냐?
그리고. 아까까지만해도 가만히 있었으면서 천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래도 되는거야?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야, 이 자식아."

검을 뽑으려는 그의 손에 빠른 속도로 그의 뒤까지 갔다.
다리가 부숴질 것 같아. 하지만 어떻게든 납득시켜야겠어.

"나도 천인들에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참았던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떻게든 참으려해도 아직까지 시린 기억이다.
동족에게. 지키려는 것에 의해 소중한 것들이 살해당했다.
처음부터 적이었던 자들에게 잃은게, 아니란 말이다. 나는.

"처음으로 생겼던 가족도."

소중한 이라고 생각했던 배신자.
그리고, 소중한 이가 되어버린 배신자.
그 가운데 애매하게 남은 나.

"나를 안아주었던 쇼요선생님도."

그 애매한 나를 안아주었던 그 분도.
전부 사라져버렸다.
나도 너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만 이런 상처가 있는게 아냐.
다른 이들도 이런 상처가 있을지도 몰라.
혼자서 피해자인 듯 그렇게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없다는 것을,
에도에 온 그 날에 깨달았다.

"심지어는....."

찔끔 나온 눈물을 닦은 그 손가락으로 신스케를 가리켰다.
신스케는 처음에는 인상을 썼으나 내가 눈물을 보인 것에
아주 조금은 당황한 듯 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친구 마저도."

나는 바지를 조금 걷어서 어제 돌에 맞은 뒤 아직
조금 덜 아문 상처들을 보여주었다.

"어제의 일로 인해 생긴 상처야."

그리고 검은 유카타를 조금 들추어 하얀 바지에
아직 흐릿하게 남아있는 붉은 혈흔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건, 널 구하려다 묻은 너의 피라고 이 멍청아."

신스케는 그걸 보더니 눈살을 조금 찌뿌렸다.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
내가 다가가도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끝내 나는 그의 바로 앞까지 다다랐고,

"내가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

그대로 나는 그를 안아버렸다.
소중한 이가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것도 슬픈일이구나.
단순히 살아있다고 해서 곁에 있는게 아니구나.
예전부터 알았지만, 이제서야 완전히 알아버렸다.

"적어도, 이 이상 복수에 얽매이지 마....."

그렇게 꽈악 안고 있자 그가 안아주려는 듯 손을 들다가
결국에는 다시 내려버린다.
조금만 더 올렸다면 결과는 바뀌었을까.
그래도 이 정도 까지 왔다면, 희망이 보인다.

"그래," -카무이

그렇게 희망에 젖어 있던 그 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잖아?" -카무이

익숙한 목소리의 또 다른 이가,

"그렇지? (-)." -카무이

눈 앞에 나타났다.

아직은 나도, 완전한 어른은 못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