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매달린 채 하늘거리던 나뭇잎이 점점 말라선
나무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나뒹구는 낙엽이 이리저리 바람에 치여
이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는 에도의 큰 길까지 와닿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발에 치이던 낙엽은
누군가의 발에 바스락하고 소리를 내며
부숴져서는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다.
그 바람에, 회색의 뿌연 연기가 섞여들어갔다.

"벌써 가을인가........." -히지카타

그렇게 낙엽을 밟은 자가 읊조리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자
뿌연 담배연기가 다시금 흩어졌다.
그는 검은색의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기고는
다시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폐도령에도 불구하고 검을 가진 채,
검은색에 금박이 놓인 코트를 입은 그는, 무장 경찰 신센구미(真選組).
그것도 부장 자리에 있는 히지카타 토시로.
요즘 골치아픈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건지 꽤나 인상을 찌뿌리고 있는 그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니까 얼른 뒈져서 무덤으로 가시면
따뜻할 테니까, 죽어버려 히지카타." -소고

"너나 뒈져, 임마!" -히지카타

그런 그의 옆에서 신랄하게
욕지거리와 저주를 퍼붓는 소고.
그렇게 에도의 거리를 거닐던 두 사람이 다다른 곳은 다름아닌 둔영.
그 둘은 순찰하느라 피곤에 찌든 몸을 이끌고
둔영으로 들어가 곧장 국장의 방으로 향했다.

복도가 울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미치도록 크게만 들렸다.
국장실의 문 앞에 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에 있는지 묻자
그 안에서 들어오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드르륵하고 문이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소고는 마루의 기둥에 기대어 앉은 채 안대를 쓰고서 대기했고,
히지카타는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뭣 좀 알아낸 거라도, 있어?" -히지카타

"그래. 하나 있긴 있어." -곤도

곤도는 '우선 앉아봐' 라는 한마디를 내뱉고선 자리에 앉았다.
히지카타가 자리에 앉은 뒤 피우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자 곤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2주 전 쯤, 우주로부터
불법 입국한 비행정이 하나 있었어." -곤도

"터미널이 아니라, 그냥 착륙했다는 거군." -히지카타

곤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켜더니
사진과 함께 보고서를 화면에 띄워 히지카타에게 보여주었다.
2주전 시골 외진 곳에 불시착한 비행정하나.
하도 외진 곳이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를 꼬박 지세워 그 비행정의 출저를 알아내었는데,

"그게 우주해적 하루사메다. 이건가." -히지카타

하루사메라는것. 히지카타의 대답에 곤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비행정에서 발견된 시체 한 구.
신원을 조사하기 위해
뒷세계에 의뢰하여 알아낸 바로는 하루사메 제4사단의 단원.
왜? 왜 하루사메가 그곳에 있었던 거지?
그녀는. (-) 그 녀석은 과연 무사할까?
제발, 제발 아무 일 없어라.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는 그다.

"우선 뒷세계에서부터 조사를 하는게
가장 빠를 것 같은......" -곤도

"그건 내가 하지." -히지카타

곤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히지카타가 한쪽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째선지 요즘 양이활동도 줄었고, 일도 예전보다 줄었지만
부장인 그가 직접 조사까지 하기엔 꽤나 버거울 것이다.
그래서 곤도가 반대하려했지만 밖에 있던 소고도 거들겠다고하였다.
곤도도이이상 그들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히지카타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서
둔영을 나선 뒤 다시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 하여간 제멋대로인 자식......' -히지카타

그런 제멋대로인 녀석을 보지 못해 안달인 나는,
얼마나 바보같은 녀석인지 알고있다.
그는 그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의 네 녀석이 만약 날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며.

그런 생각에 피식하고 헛웃음을 치며 얼마 피지도 않은
담배를 꺼트리는 그다.

그래도, 조금은 내 생각을.
이곳에 남아있는 우리들,
네 손으로 지켜놓은 우리들 생각을.
조금은 하고있을까-

......우리에 대한 생각보다는,
우리에 대한 원망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아직,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