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긴토키

"괘....괜찮다고 했잖아!"

손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그녀의 피는 검정색이다.
그래서 그런지 밤에 녹아들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뭐한거야?" -긴토키

"그...그냥 좀 금고모서리에 긁혔어. 어차피 이런건 금방 나아."

그랬다. 언제나 금방 나았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보호받는것에 대해 익숙치 못했다.
긴토키는 그런 그녀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손 줘봐." -긴토키

"어?"

긴토키는 그러더니 자신의 유카타의 소매를
조금 찢어서 그녀의 상처에 감아주었다.
그녀가 괜찮다며 손을 빼려하자 손목을 콱 잡는 그다.

"있어봐. 지혈안하면 흉터생겨.
금방 낫긴 하지만 여자 손에 흉터있으면 보기 좋겠냐." -긴토키

질끈 묶인 소매. 금새 검은색으로 물들어간다.
긴토키는 다친 손의 반대쪽 손을 잡아서 데려갔다.

"기..긴토키. 이쪽은 반대쪽 같은데?"

"나도 알아." -긴토키

"그럼 왜......."

긴토키는 길을 가다가 경사가 조금 완만한
잔디밭이 나오자 그 자리에 풀썩 앉았다.

"어차피 늦은거. 그냥 여기서 보자고." -긴토키

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미소를 띠고선
피식 웃더니, 그의 옆에 앉았다.
그렇게 멍하니 둘 다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다시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둘 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서로 먼저 말을 해주길 바랬다.

".......고마워."

"어, 어?" -긴토키

"고맙다고. 나 용서해줘서. 그리고 잊지 않아줘서."

"뭐야. 그건 예전에 다 끝난 일이었잖아.
이제 와서 그러지말라고." -긴토키

그녀는 그의 말에 그런가....라며 한마디 내뱉고는
그를 한 번보고 웃었다가 이내 다시 하늘의 별을 보았다.
어느 특정한 별을 찾는 듯한 눈의 움직임.
네 고향이라도 찾는거냐. 하여간에.

"넌 이 때까지 전쟁에서 우리가 베어온 천인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어?"

"그럴리가 있겠냐." -긴토키

긴토키가 툭하고 던지듯 말을 내뱉자
피식하고 웃는다.

"그런거야. 기억되지 않으면 죽은거나 다름없어.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지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너보고 고맙다고 한거야."

".....난 아직 잘 모르겠는데." -긴토키

그녀는 멍한 그를 보며 하여간...이라며 혀를 찼다.

"난 날 죽은사람 취급하는 것보다,
혹시라도 날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해서 무서웠던 것 뿐이야.
하지만 모두 기억하고 있었어."

그녀는 계속 희미하게 웃다가 이번에는 활짝 웃으며
긴토키를 보며 말했다.

"고마워."

그러던 그 순간. 긴토키는 그런 그녀를 보다가
이내 그대로 와락 끌어안았다.

"우....우앗! 긴토키, 왜 그래?"

긴토키는 그대로 있다가 그녀를 안은 채 그녀의 귀에
대고서 나지막히 속삭였다.

"..........있잖냐, (-)." -긴토키

"어...어. 근데 긴토키,
우선 이것 좀 놓고......."

"생물이 가장 빠르게 요동치는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냐?" -긴토키

아직 불꽃도 터지지 않은 밤하늘.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왠지 모를 느낌에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사실 그녀가 긴토키를 너무 편하게 대하고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다가오니 너무 놀라 어쩔 수가 없었다.

"에.......? 저....저기.....긴....."

"그건 말이지........." -긴토키

그는 그러더니 살짝 떨어져선 한 손으로
그녀의 뒷통수를 받혔다.
그리고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얼굴.
그렇게 그녀가 얼굴이 새빨개지고
당황하던 순간, 긴토키는 말했다.

".....살벌해서 앉아있지도 못하겠구만. 거기, 싹 다 나와." -긴토키

그녀는 그대로 놀라서 멍하니 있었고,
긴토키는 그녀에게서 떨어져나간뒤
풀숲 쪽으로 목검을 던졌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풀숲이 일렁였다.

아까 그녀의 손에 묻어있던 것은 검은 액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