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는 나를 놓고선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그 팔을 나를 향해 휘둘렀다.
나는 그 손을 낚아채 그를 막았다.
아프다. 손에서 피가 날 것만 같아. 그가 팔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이미 뒤쪽의 벽에 박혀있었겠지.
"거 봐."
"
...닥쳐.........." -카무이
카무이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공격해왔다.
나는 검집으로 그를 막았다.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아마 지금쯤 마음이 너덜너덜 해졌겠지.
그런데도 너는 그저 너 혼자 그 아픔을 삼키잖아.
차라리 전부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도 않고서.
내가 화난 이유야 그게.
"겨우 이정도야?!?!"
내 외침에 카무이가 잠시 멈칫했다.
이대로 더 말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네가 말한 강함이라는게, 이 정도냐고!!"
"닥쳐!!" -카무이
그 말과 동시에 카무이의 피로 물든 손은 어느새
내 목을 옭아매고 있었다. 역시.
숨이 조금 막힐 뿐이잖아. 그렇게나 다쳐놓고선.
"큭.... 네가.... 그랬...큭....잖아.....
진정한 강함이란, 강한 정신과 강한 육체를 가진....것이라고."
카무이의 팔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나는 그 팔을 치우고서 카무이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그런데 지금 네 눈에는.
그저 어리광부리는 걸로 밖에 안보여."
카무이가 이를 바드득가는 소리가 귓전에 파고들었다.
나는 그대로 아무말없이 서있는 그를 끌고서
카무이를 침대위에 앉혔다.
"치료부터 받고, 화 부터 가라앉혀.
그 전에 나는 널 상대하지 않을테니까."
카무이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었다.
나는 그의 책상 서랍에서 치료할 때 쓸 것들과 약을 꺼냈다.
몇 알 남지않은 진통제. 대체 얼마나 먹은 걸까.
얼마나 아픔을 삼켜왔던 걸까. 바보같이.
'어쩌면, 닮았으려나.'
어렸을 적 나도 그랬다. 전쟁 당시 밀려오는 고통에
친구들 몰래 진통제를 몇 알씩 먹기도 했으니까.
".........카무이."
내가 팔에 붕대를 감아주며 그를 부르자, 그는 조금 흠칫했다.
아까 내가 조금 심했나. 그래도. 너 정도의 녀석을
정신차리게 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
나는 진정하고서 입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