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사앙-" -신파치
"신파치. 이럴 땐 시간이 약이다 해." -카구라
"긴상.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래요?" -신파치
".......어른들 사정엔 끼는 거 아니다." -긴토키
긴토키가 일부러 답을 회피하자 둘은 한숨을 쉬며 각자 자기 일을 했다.
'(-).......어째서....' -긴토키
오랜 시간 끝에 겨우 만났다. 그런데 어째서 도망친걸까.
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은걸까.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서 또 어디로 가버린걸까.
긴토키가 여러 생각을 하며 멍하니 시간만 잡아먹던 그 때,
누군가가 집문을 두드렸다. 긴토키는 귀찮은 듯 현관까지 천천히 걸어나갔다.
"네, 네, 나갑니다-" -긴토키
그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문을 살짝 열며 동시에 말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임시 휴업......." -긴토키
그렇게 긴토키가 문을 열자 보이는 건, 검정색이었다.
순간 그녀가 떠올라 놀랐지만 다음 들려오는 중저음에 다시 눈이 풀렸다.
"마침 잘 됐군. 올 사람도 없겠지." -히지카타
"뭐야. 오오구시군이 무슨 볼일이십니까?" -긴토키
뒤이어 소고도 따라들어왔다. 신파치와 카구라도 이쪽으로 왔다.
히지카타는 어떤 낡은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혹시 아까 도주한 그 여자. 이 사진 속의 여자 맞는건가." -히지카타
긴토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었고, 이내 굳어버렸다.
신센구미의 과거 사진이었다. 미츠바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사이에.
"왜 이 녀석이 여기에........" -긴토키
(-). 그녀가 변함없는 미소로 웃고있는 걸까.
그것도 전쟁이 끝날 당시의 그녀의 모습이었다.
저 허리춤의 검도. 눈도. 머리카락도. 미소도. 그녀가 틀림없었다.
"너, 설마 (-)를 아는건가?" -히지카타
히지카타도 놀랐지만, 긴토키도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름까지 똑같다. 그렇다는 건 이들도 그녀를 안다는 것.
"대답해. 그녀를, 알고 있냐고 물었다." -히지카타
"........왜...... 어........" -긴토키
"똑바로 말해라." -히지카타
긴토키는 그러더니 갑자기 히지카타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는 정말 화난 표정으로 윽박을 질렀다.
"왜! 왜 쏜 거야! 알면서도 왜.....!!" -긴토키
그녀는 총에 맞았다고 의사가 말했다.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소중한 이에게 공격을 받았다. 그렇게 홀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강하지만, 강하지 않다. 마음만큼은 약하면서 언제나 모두를 지킨다.
그런 녀석에게 또 상처를 주는 너란 녀석들은.....!
둘이 으르렁 거리고 있자, 소고가 합세해서 싸움을 부추겼다.
"와- 형씨, 그대로
그 마요라를 뭉개버려요-" -소고
"긴쨩, 그 마요라 패줘라, 해!" -카구라
"잠깐 잠깐 잠까아아안!!
대체 왜 이렇게 되는건데?!?!" -신파치
"시끄럽다, 해. 신파치.
원래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는거다, 해." -카구라
긴토키는 살기를 뿜어대며 멱살을 잡아올리다가
이내 그대로 '젠장' 이라고 작게 읊조리고는 히지카타를 던지듯 놓아버렸다.
"꺼져. 지금 누구 상대할 기분 아니니까." -긴토키
히지카타는 미간을 찌뿌리며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라도 있는건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내 아무말없이 소고와 사무실을 나섰다.
한바탕 소란이 끝난 뒤. 긴토키는 그대로 소파에 다시 누웠다.
바보같이. 그 녀석들에게 소리친다고 해서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데.
"긴상. 괜찮으세요?" -신파치
".......아무것도 아냐. 저런 마요라 따위." -긴토키
"그런데 긴상." -신파치
"가뜩이나 기분 더러운데, 왜." -긴토키
"이건 계속 따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구요.
그 여자 분, 긴상이 아는 분 같던데.
무조건 만나려고 하는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신파치
"바보자식아.
그런게 안 통하니까 그렇지." -긴토키
그렇다. 그녀의 태도로 보아 만난다고 해도 다시 도망칠 것이다.
그런 그녀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왜 그렇게 도망치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긴토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분명 슬픈거라고. 그 누구도 이해하주지 않아 슬픈거라고.
그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우리에게 해를 끼칠까봐 오지 못하는거라고.
그렇게 굳게 믿었다.
믿음이란,
마치 견고한 성과도 같아서
한 벽돌이 무너지면
다른 벽돌도 차례차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 벽돌을 건드리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것은 흩어져있던 인연들이 다시 재회하는 것 뿐.
멈춰있던 톱니바퀴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다.
신센구미가 나가고 난 뒤에도, 그는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