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어제의 캄캄함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하늘에는 그저 태양이 비추고 있을 뿐.
너무나 화창해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긴쨩- 밥 먹으러 언제가냐 해?" -카구라
"기다려 임마.
저녁 타임이라서 여기서 4시에 나가야 돼." -긴토키
카구라는 배고프다며 칭얼댔고 무슨 일인지 그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많이 피곤한 탓일까,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누님- 아직도 자냐, 해~?" -카구라
"......................"
아무런 대답도 없다. 카구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서 심통이 난건지
그대로 문을 열고서 쳐들어갔다.
"일어나라, 해! 학교 가야지!" -카구라
"어이, 그건 뭔 소리냐." -긴토키
"일어나라, 해-!" -카구라
이불속에 틀어박힌채 나오지 않는다.
참다못한 카구라가 이불을 들추니 그 안에서 그녀가 몸을 웅크린채 자고 있었다.
"오이, 너 어디 아프냐?" -긴토키
긴토키와 카구라의 목소리에 몰골이 말이 아닌데다
머리카락도 부시시해져선 다크서클까지 내려온 그녀가 일어났다.
둘을 놀라 뒤로 주춤했다.
"뭐....뭐야. 때 늦은 남량특집이냐?" -긴토키
그의 말에 그녀가 잠때문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끄러........어제 새벽부터
한숨도 못잤단 말이다........."
아무래도 어제 꿈을 꾼 뒤로 계속 잠을 못 잔듯 했다.
아무리 잠을 자도 계속해서 같은 꿈만 꿀 뿐이었다.
아침이 되서 날이 밝을 즈음에야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았기에
대략 3시간 정도 밖에 못 잔 것이었다.
"죄...죄송합니다." -긴토키 , 카구라
긴토키와 카구라와 그녀의 기세에 눌려 뒤로 물러나자
그녀는 됐다면서 부시시해진 머리를 손으로 빗었다.
"짜증나............."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쾅하고 세게 닫히는 문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파고 들었다.
"누님 아침부터 왜 저러냐, 해?
당분 부족이냐, 해?" -카구라
"아니. 저녀석 어젯밤에 잠이 안온다며
막 그랬었거든. 꿈이라도 꾼건가......" -긴토키
긴토키는 걱정이 되어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어제 자신의 옷깃을 잡았던 떨리는 손과 불안한 눈빛.
그리고 잠을 못 잘정도의 불안감.
그 모든 것들의 정체를 전부 알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그도 예전부터 알고있었다.
"긴상- 카구라- 저 왔어요-" -신파치
"어, 파치야 왔냐, 해?" -카구라
신파치도 사무실로 들어와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장판이 된 사무실의 책상을 정리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긴토키는 입가에 미소가 띠었다.
'그나저나 대체 왜 저런데?' -긴토키
저번에 신스케와 충돌햐 뒤로 갑자기 무언가 달라졌다고 새삼 느끼는 긴토키였다.
그리고 새벽에 어렴풋이 들은 그녀가 읊조린 누군가의 이름.
그녀가 말했던 타이치라는 남자였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그는 느꼈다.
이대로 계속 복수에 매달리다간
또 다시 전쟁의 그 날처럼 자기 자신을 부숴버릴것이다.
긴토키는 그 전에 어떻게든 그녀를 다시 평소대로 기운나게 만들어야했다.
"랄까, 가능하겠냐고........" -긴토키
"왜 그러세요, 긴상?" -신파치
"아무것도." -긴토키
그렇게 고뇌의 시간을 계속해서 흘러갔다.
그녀는 씻고 나온 뒤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평소처럼 TV도 보고 책도 보다가
카구라랑 사다하루를 데리고 산책도 나갔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긴토키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마치 미소라는 얇은 껍질 속에서 울고있는 것 같아서.
억지웃음처럼 조금 어색한 듯한 모습이었다.
"긴토키-"
심각하게 생각하던
그의 얼굴앞에 떡하니 있는 그녀.
긴토키는 놀라서 횡설수설을 하며 뒤로 조금 흠칫했다.
"대체 아까부터 힐끔힐끔힐끔힐끔
날 보는거야? 너 나한테 뭐 잘못했어?"
"아....아니 그냥 뭐......." -긴토키
긴토키가 말을 얼버무리자 그녀는 웃으며 무슨 생각하는 건지
너 오늘 이상하다고 말하고는 어느덧 4시가 다되어가자
시계를 보고서 나갈 채비를 했다.
아까의 질문에 이상한건 너라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긴토키는 이내 다시 그 말을 삼켰다.
"긴토키 뭐해? 지금 출발해야 안 늦는다구?"
"어, 그래. 가자." -긴토키
그녀는 저번에 샀던 옷들 중 여벌로 산 검은색 유카타를 입었다.
긴 건 불편하다며 사자마자 유카타 밑의 절반을 잘라버리고는
짧은 유카타에 오늘은 하얀색 7부 바지를 입었다.
"근데 넌 검은색만 입으면서
왜 바지는 하얀색이냐?" -긴토키
"알 바 입니까? 얼른 가기나 하자고."
그는 이내 단념했다. 이대로 신경쓰다간 폭삭 늙어버릴 것만 같아
그냥 오늘은 하늘배 식당에가서 맛나게 먹고 다음부터
열심히 일이나 하자는 생각에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늘배 식당을 지금 가게된 이유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쉽사리 잠에 들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