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얘........'
그녀의 손을 붙잡고서 앞장서 뛰는 그의 뒷모습과 흩날리는 은발의 머리.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흰색의 유카타.
그는 흰색 그 자체였다.
눈이 내릴 때마다 생각했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눈이 잘 어울려서
그대로 함께 사라져버리지 않을까하고.
그래서 일부러 사라지지 않기위해,
자신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
그렇게 무언가를 베어오고 피를 뒤집어 쓴게 아닐까하고.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그가 먼저 간 눈 위의 발자국을 따라 쫓아갔다.
그 끝에 있는 희고도 붉은 야차하나를 보며 언제나.
자신이 괴로워도 일렁이지 않고 괜찮냐고 물어왔다.
'따뜻해.'
조금씩 죽어가는 세계는 너무나도 짧고도 길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어느순간
차가움도, 따뜻함도 느낄 수 없게 되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까까지만해도 눈의 차가운 온도와
그 발자국에 시린 뜨거운 기억들이 합쳐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는데.
지금 맞잡고 있는 그의 손은 너무나 따뜻하기만 하다.
"기다려. 대충 골라볼게." -긴토키
"응. 고마워 긴쨩."
평소와는 다른 호칭에 긴토키는 그대로 굳었다가
다시 이내 입을 열었다.
"........뭐라고?
아 맞다, 보청기 끼는 걸 깜박했네-" -긴토키
그가 일부러 딴청을 피우자 그녀는 그것이 괘씸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고선 화난 어투로 말했다.
"니 나이가 몇인데 보청기냐 이 자식아.
카구라가 그렇게 부르길래
무슨 느낌일까 궁금했어. 그것 뿐이야."
그러자 그는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눈치채고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흐음- 정말 그것 뿐?" -긴토키
그 말에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던 그녀는 그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그는 건성으로 대답하고서 다시 가게에서 그녀의 겨울 옷을 골랐다.
'나 원. 저 녀석 장난이 늘었어.'
전쟁 때는 엄청 싸늘했는데.
즈라도, 신스케도, 긴토키도. 아, 타츠마 제외.
왠지 장난이 많아진 그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그녀였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이내 아무렴 어때-
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잿빛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그래도 비는 안 오니 좀 낫다.'
그렇게 왠지 모르게 눈에 젖은 외투의 물기 탓인지
멍하니 있던 그녀는, 미처 옆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어이! 거기 여자!" -???
어라? 여자? 혹시 나?
손을 더 꽈악 쥐는 긴토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