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오후 5시. 아직은 하늘이 맑았다.
"이거 놔아아아악!!" -긴토키
"아, 잠깐이면 된다니까-!!"
노을이 지기도 전. 항구에는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단말마와도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들 앞에 늘어선 커다란 배 몇 척.
그 중 한 배의 작은 입구 앞. 비밀통로처럼 보이는 입구.
그녀가 귀병대에 드나들 때 쓰던 통로이다.
긴토키는 이내 그녀의 팔을 뿌리쳐내었다.
"어이 이건 잠깐의 문제가 아니라고?
대체 뭐가 문제냐. 엉?
긴상을 죽게 만들 셈인거냐고, 어이!" -긴토키
"뭘 죽긴 죽어."
"긴상 이러다가 홧병 아니면 썰려 죽는다구요?
랄까 너 오늘 왜 그럽니까, 요녀석아.
대체 뭐 쌓인게 있는거냐고-!!" -긴토키
그녀는 한숨을 땅이 꺼져라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시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긴토키의 뒷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긴토키가 용을 써도 순수하게 힘으로만 한다면
그녀를 간단히 떨쳐낼 수는 없을터.
싸움은 기술이 더 들어가니 둘이 비슷할지는 몰라도.
"이거 놔, 놓으라니......." -긴토키
그 순간 긴토키는 주춤했다.
숨소리가. 그녀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이럴리가. 없는데.
아무리 내가 저항한다지만 이렇게 힘들어할리가.
역시 이상하다. 내가 아는 (-), 이랬던가?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른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미 내가 아는 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멍해진다.
"어...얼래? 목졸려서 호흡곤란? 왜 말이 없어?"
"됐어, 요녀석아." -긴토키
뭐가 되었던간에 내 앞에 있는 것은 (-) 다.
긴토키는 이내 힘을 빼는 그녀의 손을 떨쳐낸 뒤
그대로 붙잡고서 안으로 향했다.
"내 발로 갈테니까." -긴토키
그렇게 끝없이 긴 통로를 걸었다.
이렇게 긴 통로를 달려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은 너하나.
습기도 뭣도 없이 아주 건조하다.
너만을 위한 통로라는 것이 바로 느껴질 만큼.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주제에.
그런 주제에 너를 이 손안에 잡아두고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자식만은 안돼.
그렇게 두 사람이 통로 끝 문을 열고서 복도에서
다른 문을 한 번더 연 그 순간.
쨍그랑하는 소리.
술잔이 날아와 바로 옆의 벽에 부딪혀깨졌다.
"신스케......"
"나가라." -신스케
창틀에 반 쯤 걸터앉은 신스케의 손에는 피가 흘렀다.
그리고 그 싸늘한 눈과 목소리는, 자신이 아닌
그녀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안 긴토키는 미간을 조금
좁히며 동야호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신....."
그 순간 이가 으득 갈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 호통치듯이,
그리고 비수를 꽂아버리듯이 다시금 그가 말했다.
"나가라고, 말했다, (-)...!!" -신스케
신스케는 그저 나가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손을 뻗었고,
긴토키는 작게 혀를 차며 그녀를 뒤로 살짝 밀쳐내었다.
그리고 동야호를 한 손에 쥔 채 한 팔로 그녀를 막으며
신스케에게 목검의 끝을 겨누었다.
"오냐, 나가주마." - 긴토키
단, 이라고 그가 운을 띄운다.
신스케가 검을 뽑는 소리와, 긴토키가 목검을 꽈악 쥐자
들리는 약간의 마찰음이 교차한다.
"적어도 네 놈은 두드려패고 나가주마." -긴토키
그녀는 긴토키를 붙잡았고 검을 손에 들어 신스케의 검을 막았다.
그 검 너머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에 신스케는 이내
쯧하고 혀를 차며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긴토키와 그녀를 번갈아보고는 이를 악문 채 말했다.
"닥쳐라, 겨우 참고있으니." -신스케
그리고는 그녀를 보며, 그리고 다시 창 밖을 보며
이쪽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내뱉는다.
".....다시는 오지 마라. 꼴도 보기 싫으니." -신스케
그 말에도 그녀는 그저 고맙다는 듯 웃는다.
"그래."
"(-), 무슨......" -긴토키
"가자, 긴토키."
긴토키를 올려다보며 됐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왜. 왜 또 그 표정인건데. 역시 넌 내가 아는 그 녀석이 아니다.
대체 누구야. 너. 왜 나 빼고 다른 녀석들은 눈치 못채는건데.
혼란스러운 긴토키를 밖으로 밀어내며,
".......고마워. 신스케."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통로 밖으로 향했다.
고맙다는 말에, 신스케의 눈에서 물방울하나가
깨진 파편 위로 떨어진다.
손을 꽈악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