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그래서 오늘 축 쳐져 있으셨군요." -소고
쪽팔린다. 소고가 비웃지는 않으려나.
그래도 누구한테 말하니까 속은 편한 것 같다.
"으응....한심하게. 언제쯤 제대로 힘을 쓰려나."
"누님은 지금도 충분히 조절해서 잘 하시잖아요?" -소고
"아냐. 그건 침착할 때의 얘기지.
아까도 봐. 놀라서 네 얼굴을 세게 쳤잖아."
한숨이 또 절로 나온다. 폐만 끼친 걸까.
힘조절보다 어느 부분이 한심한건지는 나도 잘 알고있다.
"그 말은 즉, 감정조절이 안된다는 거야......"
나 같은 경우는 감정에 휘둘리기 더 쉽기에, 더욱 그쪽에는 민감하다.
더 짜증나는 건 어쩌면 타이치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그걸 인정하면, 내 소중한 이들이 짐이라는 얘기가 되잖아.
"굳이 그렇게 노력하고 앓으실 필요없습니다." -소고
그렇게 혼자 생각하던 그 때, 소고가 내뱉은 한마디에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퍼뜩 들었다.
"누님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 만으로도
누님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니까요." -소고
"........고마워. 소고."
과연 그럴까. 하지만 누군가가 저렇게 말해준다는 것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나도 조금은 누구에게 도움이 된 걸까.
그렇게 소고에게 고맙다고 씨익 웃어보이자,
"고마우면 행동으로 해주세요." -소고
볼을 톡톡 가리키며 대답하는 소고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 말의 의미를 알고서 표정을 굳혔다.
"고맙다는 말 취소."
"쳇, 그런 게 어디있......" -소고
소고가 삐진 듯 고개를 돌린 틈을 타 볼에 살짝
그가 원하는데로 해주었다.
오늘만 인 줄알아. 나는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장난이야~"
소고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내 뒷통수를 휘어잡았다.
에......?
"그럼 저도," -소고
그리고는 내 볼에 똑같이 하려는가 싶더니 내가 눈을 감자
살짝 방향을 틀어 입술을 지그시 눌러버리는 소고다.
"소고-!!"
나는 그대로 소고를 주먹으로 쳐내었고 소고는 아프다며
내 주먹을 막았다.
"아야야, 장난 이라구요?
누님 잠깐, 진짜 아파요. 누님, 누님?" -소고
"장난도 정도가 있지!!"
뭐, 그래도 덕분에 기운 났으니 장난은 봐준다.(장난 아님.)
소고에게 오늘 일을 전부 말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