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큭..... 무슨......?"

복도에서부터 들려오는 굉음. 무언가가 부숴지는 소리와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계속해져 울려퍼졌다.
그렇게 나도, 신스케도, 뒤늦게 합류한 마타코와 반사이, 헨페이타 씨도
갑판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갔을 때에는, 무언가가 부딫히는 소리밖에는 나질 않았다.

"설마.......!!"

아래를 내려다보니, 익숙한 인영이 여럿보인다.
그리고 그 자들은 이리저리 어지럽게 밤에 섞여들고 있었다.

"(-)!! 어디있어!!" -긴토키

"(-) 누님!!" -소고

"어디에 숨겼어, 이 자식!!" -히지카타

"더 재미있게 해줘- 그래봤자 안 알려줄거지만?" -카무이

"으아아아!! 열 받는다, 해!!" -카구라

"우선 (-) 누나 부터 찾으라고 이 사람들아!!" -신파치

....역시나. 카무이, 대체 뭘 달고 온 거야!!
아무래도 카무이를 쫓던 도중 귀병대까지 온 모양이다.
이대로라면 신센구미와의 전면전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센구미 편을 들 수도.....하지만 그럼 신스케가....

"으아아아!! 돌아버리겠네!!"

내가 소리치자 다들 일제히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망했다. 그것도 아주 그냥 제대로.
날 보고선 아래에서 모두가 소리치며 달려온다.
내가 당황해있자 신스케가 나를 뒤로 밀어내고서 앞으로 향했다.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신스케

"애초에 이건 나 때문......!"

"그러니, 기다리라는 거다." -신스케

신스케는 그 말을 끝으로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내가 곧바로 검에 손을 가져다대며 쫓아가려하자,
뒤에서 반사이가 내 팔을 잡아 가지 못하게 말렸다.

"이거 놔요."

"굳이 아가씨가 그럴 것 없소이다. 우선은 신스케의 말대로
기다리는것이....." -반사이

나는 반사이에 말에 혀를 짧게 차며 검에서 손을 떼었다.
확실히. 지금 내가 가면 상황이 더 꼬일지도 몰라.
그리고 내가 순간 잘못 판단하면 어느 한 쪽을 잃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적어도. 적어도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면
내가 책임지고 싶다고.

'랄까, 거의 카무이 때문이긴 하지만.'

감기도 나았고 화이트데이라고 해서 기분 좋았었는데.
하얗던 날이 순식간에 뒤집혀 붉게 핏빛으로 물든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끊이질 않는 마찰음.

"........언제까지."

"음?" -반사이

나는 아래를 보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를 으득 갈고서
뒤로 돌아 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리는건데요."

"적어도 이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헨페이타

"그게 안 되니까 지금 묻는거잖아요!!"

이 싸움은, 어느 한 쪽이 죽지 않는한 끝나지 않는다.
신센구미와 귀병대가 마주쳐버렸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조심, 또 조심했는데.
어느 쪽도 잃고 싶지 않아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런데 정작 걱정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난 그저 기다릴뿐.
이건, 핏빛 화이트데이보다 더 말도 안되는 짓이다.

"기다리라고.......?"

기다리라고? 기다리기만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그걸 잘 알기에 네가 과격파를 택했어도 받아들였는데.
그러니 나는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른이들이 막는 것도 무시하고서 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누가 이기나 알아내는 것 보다는."

내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서
그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바람이 일었다. 술 때문에 어지러웠던 머리가, 맑아진다.
시야에 들어오는 자들이, 마치 춤추는 것만 같다.

"차라리 내가 이겨버리겠어."

이제는 나도 같이 춤추련다.

설마. 신스케와 나는 황급히 갑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