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한 주제에 상처가 말이 아니잖냐, 너."

"그러는 너야말로 피투성이로군." -히지카타

"내 피 아니면 된거 아닙니까- 거 참 깐깐하네 전 부장 히지카타."

"누가 전 부장이냐." -히지카타

그녀가 앞에서 공격을 막고, 이따금씩 히지카타가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자들을 베는 것을 반복했다.

"다시 부장자리는 돌려받을테니, 기다리라고." -히지카타

"아아- 거 참 기대되는 걸? 얼른 도로 가져가라고?"

그녀가 키득거리면서도 보지도 않고 공격을 막아내자
화가 난 건지 버럭 소리 치는 한 녀석.

"지금 장난치는거냐!!" -양이지사3

"장난 안 쳤으면 좋겠어?"

"이런 뭣도 안되는 계집이.....!!" -양이지사3

그 말 한마디에 그녀의 표정이 싸늘해졌고,
히지카타는 그 자를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자의 앞을 빠르게 가르는 것은, 검은색의 칼날.

"미...미친.....끄아아악!!" -양이지사3

그녀는 추가로 몇을 더 베었고, 이내 더럽다는 듯이
검을 휘둘러 칼날에 묻은 피를 털고는 말했다.

"장난 안 쳤다. 됐냐? 여자라고 무시하는거야 지금?"

"어이....." -히지카타

"소고 자식은 뭐하는거야, 막고 있으랬더니........"

"이대로 있다가는 너나 나나 질식해서 죽어." -히지카타

"이 정도는 괜찮아. 그러니까, 너나 이거 덮고 있어."

그녀는 걸치고 있던 물에 적셔진 천을 히지카타에게 던졌다.

"화상 입을테니, 너나 덮어라." -히지카타

"물에 약한 거, 잊었어? 없는게 더 편해."

히지카타는 아직 습기를 조금 머금은 천을 둘렀다.
확실히 그녀는 아까 천으로 불길을 막으며 싸우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 상태로 싸우는 것이 몇배는 효율적이겠지.
히지카타는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나려 했지만,

"젠장......" -히지카타

상처가 터진걸까. 작게 쯧하고 혀를 차며 다시 주저 앉았다.
그녀는 상처보다는 피로로 인해 지쳐보였다.
밖에서 뿌려대는 물줄기 덕에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이런 좁은 곳까지 대원들이 오기엔 아직이겠지.

"큭........" -양이지사5

그 때 히지카타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녀가 베어버렸던 녀석 중 하나.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고꾸라져 꿈틀거리는 모습에 히지카타는 조금 인상을 썼다.

"(-)! 슬슬 탈출한다!" -히지카타

"후우..... 조금만 더, 처리하고."

바보같은 녀석. 몇 일간 계속 일해서 피곤한 상태로
몇 시간 째 전투를 반복하고 있으면서.
히지카타는 아무래도 상처가 더 벌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와 함께 빨리 탈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건지
상처를 움켜쥐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양이지사5

그 순간 뒤에서 히지카타의 발목을 덥석 잡는 양이지사 한 명.
아까 쓰러져서 죽어가던 녀석들 중 한 명이었다.
히지카타는 바로 검을 치켜들어 내리치려다,
녀석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쪽에 향해있었고
무엇보다 손에 쥐고있는 무언가를 보고서는 멈추었다.
설마. 어쩐지 저 녀석에게서 화약냄새가 더 나더니.

"(-)!!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야......!!" -히지카타

히지카타의 외침에 그녀가 이쪽을 돌아봤지만,
이미 녀석은 손에 들고있던 것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그대로 주먹으로 내리친 뒤였다.

그련 그 녀석이 마지막에 남긴 말은,

"젠장......!!"

죽어- 라는 한마디 뿐.

"히지카타-!!"

그 한마디는 천장으로 부터 들려오는 두 번 째 폭발음에
섞여들어가 들리지 않고, 무너져내리는 히지카타의 위와
다른 이들을 베어내고서 이쪽으로 달려와 뻗는 그녀의 손이,
그의 눈에 들어온 마지막 풍경. 그는 그렇게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번 더 이어진 굉음이 그친 뒤 다시금 그의 귓가에 파고드는 것은.

"어이."

조금은 퉁명스러우면서도 장난기섞인.
또한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남자들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했던 한 여자의 목소리.

"......이봐, 히지카타."

아니, 지금도. 지금도 충분히 강해서.
그래서 또 다시 모든 것을 지켜오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눈 좀 떠, 바보야."

"(-)........?"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자신의 눈을 간질이는 듯한 그 목소리에 눈을 떴고,
이내 뒤쪽에서 다시금 타오르는 불길과 죽어있는 자들이 보였고,
그리고 무너져내린 천장의 파편을검과 검집으로 받힌 채 자신을 향해 웃고있는 그녀가 보였다.

"이제 괜찮을거야. 자, 같이 나가는......"

동시에 뒤에 쓰러져있던 녀석이 마지막 힘을 짜내어
뻗은 그 칼날의 끝이 그녀의 왼쪽 복부를 관통했고,
히지카타의 얼굴에는 검은 피가 투둑 튀었다.

"(-)!!" -히지카타

쿨럭하고 잔기침을 하면서도 천장 파편의 무게를 버티던 그녀는,
히지카타를 보며 다시 웃어보였다.

"난.... 괜.... 찮으니까......"

그 미소는, 안심시키려고 짓는 듯 했지만.

"멍 때리지말고, 어서 나와."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건 어째설까-

서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