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한가한 오후.
그리고, 도장에서 울려퍼지는 목검의 마찰음.
그 소리에 안으로 들어가보니 텅 빈 도장에서 두 검은 남녀가
대련을 하고있었다. 다름 아닌 히지카타와 (-).
소고는 그런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또. 다시.' -소고

언제나 이런 식이다.
언제나 모든 것은 저녀석에게로 돌아가있었다.
누님도. 곤도 씨의 옆도. 언제나 저 녀석 차지였다.
이제는 새로 온 (-)까지. 그녀가 대련상대를 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소고는 볼 한쪽을 부풀렸다.

"짜증나.........." -소고

그래도 요즘 (-) 와 친해지기는 한 소고였다.
그녀는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아, 자신을 구해준 미츠바를 특별대우하는 건 빼고.
그래서 소고는 그녀와 히지카타를 자주 놀리고는 했지만,
역시나. 그녀는 대련해달라는 부탁에 또다시 히지카타에게 갔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소고는 쳇하고 혀를 찼다.

"소고!!"

그 때, 히지카타가 놀라는 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고가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그녀가 소고의 앞에 서있었다.
쩍하는 소리와 함께 히지카타가 놓친 목검은 그녀의 손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고, 나머지 둘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위험하잖냐, 이 자식아! 소고가 다치면 어쩌려고!"

"고의아니라니까! 오히려 네 녀석이 너무 밀어붙였단 말이다!" -히지카타

"그건 약한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뭐 임마?! 야! (-)! 너 말 다했.....! 무시냐!" -히지카타

그녀는 등을 돌려 소고의 팔을 끌고서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자신의 손에 와닿는 무언가 이질적인 그 느낌에
소고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그 손에 묻어나온 검은 액체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손........!" -소고

소고의 말에 그녀는 아까 손으로 부순 목검의 파편을
손바닥에서 마저 빼내었고 그저 미소를 띨 뿐이었다.
소고는 그녀의 그런 태도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하지마..." -소고

"응? 어이, 방금 뭐라고 그랬......"

"그렇게 웃는 거, 하지마!" -소고

소고의 소리침에 그녀는 조금 흠칫하다가도 왜 그러냐며 웃어왔다.
소고는 그런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서 먼저 뛰어가버렸다.
그 뒤, 소고가 달리며 고개를 돌려 뒤를 흘끔보았을 때에는.

어떠한 가면도 쓰지 않은 그녀가


그저, 허탈하고 또한 슬픈 표정으로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