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제독. 이러다간 들킨다고?" -아부토

"아아, 땡땡이 쯤이야~" -카무이

"그게 아니라 내가 뒷처리 하느라 죽겠다고......" -아부토

달빛이 밤바다에 넘실거리는, 에도의 인근 북쪽 항구.
밤이 오자 우산을 접고 붕대로 풀고서 미소를 띤 채
유유히 걷는 그의 머리카락이 달빛에 조금씩 반짝인다.

"흐음..... 있잖아, 아부토." -카무이

"왜?" -아부토

"이 근처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죽여도 돼?" -카무이

"안돼. 일단 확인부터 하고." -아부토

아부토는 인영이 희끗거리는 컨테이너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그 그림자 속에서
가로등이 비추는 빛으로 빠져나오며 누군가가 쓰러지자
아부토는 아슬아슬하게 받아들었다.

"뭐야, 이 아가씨가 왜 여기있......" -아부토

"(-).....?" -카무이

카무이는 빠른 속도로 아부토에게서 그녀를 빼앗아서는
부축하였고, 아부토는 혀를 쯧쯧찼다.

"가뜩이나 물에 약한 아가씨가 술은 왜 마셨나." -아부토

"(-)? 자는거야? 정신 좀 차려봐!" -카무이

"그렇게 흔들다가는 목뼈 부러져 이 자식아." -아부토

카무이가 그녀를 마구 흔들려 깨우자 그녀는 잠꼬대처럼
웅얼웅얼거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카무이를 올려다보고선 활짝 미소지었다.
카무이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다시 평정을 찾았다.
그리고는 헤실헤실 웃는 그녀를 가리키며 미소를 띤 채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아부토에게 말했다.

"덮쳐도 돼?" -카무이

"당연히 안돼!! 어이, 아가씨! 제발 정신차려!
안 그러면 위험하다고!!" -아부토

그녀는 그렇게 헤실헤실 웃으며 카무이의 두 볼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꿈인가.....여기서 뭐해 카무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뭣 때문에 이렇게 취하셨을까나?" -카무이

카무이는 씨익 웃으며 웅얼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위험하다고 생각한 아부토가 대신 부축하려하자
무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는 그.
그렇지만 그녀가 다시 부르자 미소를 띠었다.

"그냐앙~ 쪼~오금. 조금 기분이 안 좋아서....헤헤....."

"헤에~ 뭐, 우선은 돌아가자? 응?" -카무이

"으응..... 할 수 없지......."

카무이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대로 등에 업었다.
안고 가기에는 그녀가 불편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어디로 가려고? 설마.... 그 해결사....." -아부토

"응? 맞는데?" -카무이

"가서 또 뭔 소동을 일으키려고....에휴." -아부토

카무이는 짧게 웃고선 발걸음을 옮겼다.

"........데......."

"응?" -카무이

그 때, 등에 업혀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카무이의 귀를 간질였다.

"지키고 싶은데... 너도...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카무이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너는 어째서. 왜 항상 그렇게 말하는거야.
힘들다면, 그저 놓아버리면 그만인데. 왜 굳이 그렇게
네가 짐을 짊어지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걸까.

"뭐, 오늘 만이야?" -카무이

카무이는 고개를 뒤로 돌려 이미 잠들어버려선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술의 향이 입에서 입으로 짧은 시간 동안 번졌고,
그는 그대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새하얗게 지워져가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