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작아졌다.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작아져버렸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해결사의 방도, 천장도 아닌
그저 회색빛에 작은 창문 하나와 철제 침대 뿐.
그리고 지긋지긋한 강철로 된 저 문.
몇 번이고 수갑을 끊으려해도 손목에 상처만 날 뿐이었으며,
그 상처도 금방 치유되어 그렇게 다치고 낫기를 반복했다.
검게 굳은 피가 손목과 발목 주위에 묻어났다.
'........한 번만, 더.'
그녀는 그렇게 속으로 읊조리고선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철문을 마구 내리쳤다. 철문에 어느 정도 흠집은 가지만,
어찌나 단단한지 용병부족인 그녀가 내리쳐도 끄떡없다.
'.........젠장.'
더 앞으로 나아가면 갈 수록 그녀의 목에 매어있는 목줄이
그녀의 목을 옭아매어오고, 그 쓰라림과 애절함에
소리치려하면 입에 물린 재갈에 그저 방 안에는
애달프게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윽.........."
입막음 따위를 위한, 잡아놓기 위한 족쇄와 목줄과 재갈이 아니었다.
그녀의 자살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더욱 이를 바득바득 갈 뿐이었다.
재갈과 족쇄, 수갑에 나있는 수많은 흠집. 그리고 쓸린 상처들.
그 모든 것을 뒤집어 쓴 채 문 바로 앞에서 엎어져있는
자신이 싫어져서, 한심해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
그 때,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희망을 잃고서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또 상처가 늘어났네." -카무이
카무이가 일으켜 주려하자 그 손을 쳐내고서 째려보는 그녀.
카무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안아들어선
다시 침대 위에 올려놓을 뿐이었다.
퀘퀘하고, 건조하며, 차가운 곳. 기분나쁘다는 말 한마디로 설명되는 곳.
그런 곳의 끝까지 내려가본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아래 끝까지 내려가기도 전에
그 전에 보이는 것들에 지레 겁먹고 멈춰버리니까.
그런 아래 끝까지 내려가는 자들은. 겁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
"...........(-)." -카무이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한 탓인지, 피부는 그 흑발과 정반대로 하얗게 질려있었고
그 입술도 마찬가지였다. 뚜렷하던 그 흑안도.
지금은 그저 초점없이 흐린 검정색으로 천장을 올려다볼 뿐.
"아직도, 저항하는거야?" -카무이
그런 그녀 위에 올라타선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한 소년.
분명 웃고있지만,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
노을을 닮은 분홍빛의 땋아내린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서 늘어져있다.
그 푸른색의 눈이, 싸늘했다.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였지만.
지금 그것을 신경 쓸 만큼 흑발에 흑안을 가진 여자는
그닥 그 소년을 반가워하지 않는 듯 했다.
그 자는 소년을 힐끔 보다가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빛이..... 많이 죽었네......." -카무이
소년이 손을 뻗어 그의 볼에 갖다대자 그녀는 그 손을 쳐내었다.
그 쳐내는 팔조차도, 힘이 전혀 없었다. 그 양손에 채워져있는 족쇄와,
그리고 두 발목에 채워진 마찬가지로 채워진 족쇄.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침대 아래로 내려오지 못했다.
카무이가 목소리를 들려달라며 재갈을 잠시 풀어주자,
"...........꺼져."
그 말라버린 입술을 달싹여 그녀가 말했다.
그 말에 웃고있는 소년의 눈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미 흐려진 눈빛이지만, 아직도 싸늘함을 간직한 흑안.
그 흑안이 소년의
청안을 눈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