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던 아랫입술이 짓이겨지다 못해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왜. 왜 바보같이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걸까.
보고싶었잖아. 그렇게도 그리워했잖아. 방해꾼도 처리했잖아.
그런데도 왜 나는 솔직해지지 못하는거야?
한심하고 또 한심해서, 그리고 그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의 고생하는 모습에 서글퍼져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부탁이야.........'
여기서 그냥 말하면 될텐데. 보고 싶었다고.
'말해........'
너무나도 보고싶어서. 그래서 에도로 왔다고.
'제발 말하라고.......'
하지만 지키고도 싶어서. 두 가지를 다 만족할 수 없어서.
결국 너희를 지키는 쪽을 택하려다가 이렇게 된거라고.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이렇게 틀어져버린걸까.
'괜한 자존심 세우지 말고, 말하라고 이 빌어먹을 입아.....'
처음 에도로 왔을 때, 친구들을 찾던 도중 어떤 이들을 만났다.
그들에게서 친구들의 정보를 얻는 대신 물건을 옮기는 일을 맡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이 마약이었고, 나는 주저않고 그들과의 연을 끊었다.
그 과정에서 싸움이 났고 신센구미에게 쫓겼다.
정말. 정말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쏜 걸까.
그렇게 의문을 품은 채 돌아다니던 그 때, 긴토키를 만났다.
그런데 친구들을 해하려라는 자가 나타났고,
나는 또다시 그들에게 의미없는 검을 휘두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지금 말한다면.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희망을 걸고서,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때, 땅에 떨어진 유리의 파편에 비추어지는
긴토키의 모습.
그리고, 뒤에서 검을 빼드는 아까 그 녀석.
"긴토키, 위험해!!"
나 긴토키에게 달려가 그를 지나쳐선 그의 뒤까지 단숨에 갔다.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이미 그를 지나친 뒤였다.
"(-)?" -긴토키
나는 그의 뒤에서 뒤에서 다시 공격해오던
녀석의 검을 막았다.
급한 마음에 검을 마저 전부 뽑지도 못한 채 막았다.
그는 안전했다. 근데 그것 뿐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큭.....한 쪽은, 그럭저럭 막았는데....."
아프다. 옆구리가 뭔가 시큰하다.
비의 물비린내에 섞여드는 조금 다른 비린내.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발치에 검은 액체가 떨어져내렸다.
"두 개..... 일줄은......."
녀석의 검이 두 개였다. 검에 옆구리를 관통당했다.
또 다시 생각나버렸다. 절벽에서 단검에 찔렸던, 그 기억이.
하지만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었고
나는 그대로 내 옆구리를 관통한 칼날을 두 손으로 잡았다.
손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피가, 왜 이리 보기 싫을까.
"긴토키!!"
긴토키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그 녀석을 목검으로 전력을 다해 쳐냈다.
얼마나 흥분했으면 목검에 금이 가버렸다.
나는 긴장이 풀린려 한숨과 웃음을 섞어 내뱉고서
옆구리를 관통한 검을 뽑아내어 저 멀리 던져버렸다.
"(-)!!" -긴토키
그에게 다가가려는 내 머리와는 다르게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목소리 마저도 멀어져갔다.
미안해, 긴토키.
아무렇지 않다고. 이젠 다 괜찮을거라고.
거짓말을 해주고는 싶지만 더 이상은.....
'의식이.......'
아아, 무리야.
살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