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병대의 녀석이 너를 데려왔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그것도 막부의 개를 감싸다가 잡혀왔다니.
내가 알던 그 때의 당신은, 어디에 있는거지?
양이지사였으면서 어째서 그런 녀석들을 위해.
그리고 그 때의 싸늘하고 오싹하던, 나를 자극하던 강한 눈빛은?
아직 그것들이 있으리라 믿으며 하루사메로 데려왔다.
그렇게 나를 볼 때마다 발버둥치며, 덤벼온다.
즐거워. 그 생각 만이 들었어야 할 터인데.
어째선지 죽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죽으면 재미있는 상대가 없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그 때의 너의 눈빛은 증오따위가 아니었다.
마치 동정. 아니, 이해에 가까웠다.
그것이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좋아? 그 나약한 녀석들 따위가 그렇게." -카무이
"........닥쳐."
"그냥 묻는거잖아.
그렇게 자신을 약하게, 그리고 힘들게 만드면서까지
그들의 곁에 있고 싶어?" -카무이다시 만난 당신은, 죽음의 냄새가 더욱 짙어져있다.
다른 이를 죽여서 얻은 것이라면 기뻐했을텐데.
더욱 강해졌다는 의미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너의 죽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대체 그 시간 동안 뭘 한건지.
시시하다는 생각에 이제 죽일까- 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너는 내 질문에 더욱 어이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니가.....니가 뭘알아......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
이 심정을 네가 알기나 해..........?"아니. 몰라. 그딴건 알고 싶지도 않은 걸.
내가 지금 알고 싶은 건 너 하나 뿐이다.
네가 말하는 평범한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너는 그 안에서 나도 놓지 않고 있었다.
왜? 왜 너의 평범한 삶에 내가 끼어있는거지?
그저 적일뿐인데. 카구라의 오빠라는 이유만로는 부족해.
어린 시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너로서는 이유로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결국 나는 그것이 궁금해 너를 죽이지 못했다.
그래. 그 죽음의 냄새가 짙어지면 짙어질 수록
나를 즐겁게 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너는 새하얀 눈이 내려오는 날 나를 갑판에 내리꽂았다.
단지 나는 너의 강함에 끌리는 것 뿐.
애정도 뭣도 아닌 이유였는데. 그런데도 너는 왜.
불타오르는 배 위에서 나를 보면서,
"다행이다......"그런 말을 작게 읊조렸던 걸까.
다른 이들을 구해서 다행이라는 듯한 눈이 아니었다.
감정 없던 그 눈이, 지금은 완전히 무언가로 가득차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동족마저 죽어버렸다. 남은 이들은 나약하다.
하지만 너 만큼은 강한 채로 이쪽을 본다.
강한 육체보다는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육체는 강해보이지만, 그 안에는 죽음의 냄새가 베어있다.
.....쓸데없이 닮았다.
늘 죽음의 냄새가 베어있는 주제에,
별 것도 아닌 내 상처에 나를 보며 슬퍼하던 그 사람과.
내가 마지막으로 인정한, 가장 강한 그 여자와.
바보같이 죽어버린, 나의 어머니와.
"어이, 무슨 생각으로 가려는거야?" -아부토
"인사~ 지금쯤 병원에 있을테니." -카무이
"그러다가 칼 맞아도 나는 모른다고?" -아부토
"괜찮다니까. 뭣하면 한 판 더 하고 오지 뭐.
귀병대의 검은 사무라이도 갔다며?" -카무이
"에잉, 그래 임마.
네 마음대로 해먹어라 이 빌어쳐먹을 녀석아." -아부토
아아, 큰일났다.
강해질게. 그쪽을 뛰어넘을 때까지.
그리고 내가 더 강해지게 되면, 그 때는철없던 시절의 내가 했던 약속대로.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지키고 싶은게 생겨버렸다.
아니,
두려워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살아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