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을 향해 손을 쫘악 뻗어보았다.
이 손이, 대체 얼마나 많은 자의 생명을 빼앗았더라.
용기가, 나질 않아서. 이미 피로 물들어버린 그 때의 검을 또다시 쥐고 싶지가 않아서.
또 다시 그 때로 돌아가기엔 지금은 너무나 평화로워서.
그리고, 왠지 모르게 요즘따라 불안해져서
나는 그저 아무말없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목표도 뭣도 없는 그 과거에서.
이 행복한 미래를, 언제부터 꿈꿔왔던걸까.
그 때 꿈꾸던 미래를 나는 잘 걷고 있는걸까.
그림자는 그저 과거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햇살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방 안에서 눈을 감을 뿐이었다.

버리고 싶은 과거의 나,
버려버린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비웃는다는 생각에 눈을 감아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한 때 돌연변이라 불리던 나에게 남아있는 모습은
그 나날의 그림자가 아닌 하얗게 침체되는 태양에
잠 이루지 못하는 자.

"........나 어디 아픈가.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그렇게 내가 다시 돌아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 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 듯 했다.

"음? 손님인가?"

나는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서 귀찮다는 말투로 문을 열었다.
적어도 해결사는 아닌 것 같다.

"누구세요-"

그 문을 열었을 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어, (-)." -히지카타

"................"

.....히지카타? 문 앞에서 인사를 했다.
뭐지. 뭔가 저 고분고분한 태도에 나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 동안 잘 지냈......" -히지카타

그래서 나는 그대로 매정하고 세게 문을 닫아버렸다.
탁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암....피곤한가....헛것이......"

그러자 그는 다시 문을 세게 열어젖혔다.

"어이, 그래도 너무하는거아냐?!
사람이 모처럼 왔는데!" -히지카타

"죄송합니다.
영업 끝났으니 돌아가주세요-"

"사람 말 좀 들어!" -히지카타

나는 그를 현관앞에 세워놓은채로
방으로 들어가 소파에서 무언가를 집었다.
그리고는 다시 현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나가 가져온 것은 내 검.
내가 그것을 뽑기도 전에, 히지카타는 자신도 검에 손을 대고있었다.
살기에 반응하는 건, 여전하네.
아직 그와 완전히 화해한 건 아니라서 말이지.
내가 검을 거두자 그는 곤란한 듯 말했다.

".....잘못했다고. 니 심정 이해는 하지만
제발 그 검이랑 살기는 어떻게 해주면 안되겠나?"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그렇게 말하며 생각없이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물었다.
나는 다시 검을 잡았다.

사와야할 것들을 듣고 나갔다.